“박수로 인준하겠습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 한 번이라도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귀에 익도록 들었을 것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의에서 안건 하나하나를 인준할 때마다 학생대표자들은 박수와 함께 이를 통과시킨다. 이번 전학대회에서도 총 17번의 ‘박수 인준’을 거쳐 총학생회 예·결산안, 총학생회칙, 선거 시행세칙과 관련된 안건이 가결됐다. 그런데 이 중 13번의 ‘박수 인준’이 전학대회가 시작하고 약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

그렇다. 대부분의 안건은 별다른 이견 없이 인준된다. 그럼 이들은 매번 왜 이렇게 새벽 네다섯시까지 자리를 지키게 되는 것일까.

전학대회를 지켜보며 느꼈던 것은 안건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되니 대의원들끼리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안을 빠른 속도로 인준하다가도 한 사안에 대해 두 시간이 넘도록 논의가 계속되기도 한다.

의논하는 시간이 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심층적으로 의논하고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의원들이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생각해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보통 전학대회의 안건을 전학대회가 열리는 당일 제공받으며 총운영위원회의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논의될 안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전학대회에서 학생대표자들이 안건에 대해 이해하는 데만 시간이 꽤나 소요된다. 여기에 저마다의 의견을 하나둘씩 제기하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계속 바뀌고 이로 인해 누군가 나서서 정리해주지 않으면 하염없이 논의가 길어지기 십상이다.

이렇게 논의가 길어지다 보면 밤까지 진행되는 전학대회의 특성상 회의에 참석하는 학생대표자들이 체력적으로 지치게 된다. 여러 논의가 진행되지만 결국 마지막에 누군가가 정리된 수정안을 들고 나오는 듯 보이면 결국 그 안으로 가결된다. 일례로 이번 전학대회에서 공대 연석회의 측이 대의원 수 자격 확대를 요구해 많은 논의가 오고 갔지만 결국 가결된 수정안에는 ‘단과대학 대표자회의 내에서 학생회장과는 별개로 의결권을 갖는 대표자로 인정되는 대표자’를 대의원으로 지정하는 모호한 항목만 추가됐을 뿐이다. 카이스트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 및 서면결의 사항을 전학대회 대의원들에게 보고해 대의원들의 용이한 회의 준비와 진행을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이런 시스템은 학생대표자들이 각 자치단위를 대표해 의견을 제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상적이라면 전학대회에서 심의할 안건에 대해 미리 제공받고 이를 학과 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친 뒤 전학대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건에 대해 미리 제공받을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 보니 무슨 안건이든지 대표자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번 전학대회에서 논란이 됐던 ‘거마비’의 경우에도 단과대나 학과 차원에서 논의가 먼저 이뤄지지 못하고 대표자들끼리만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 대의원들의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아도 반박할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전학대회는 학생대표자들이 모여 학생자치와 관련된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이를 결정짓는 자리다. 모든 자치단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이기도 하다. 전학대회가 한번 논의가 끝난 후에는 이를 다시 되돌리기 힘든 만큼 학생대표자들이 회의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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