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막스 베버의 탄생 150주년이다. 그는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과 함께 근대 사회학의 태두로 일컬어지며 나아가 현대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방법론적 토대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사회, 경제, 종교,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방대한 저작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첫손으로 꼽히는 저서가 바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미 서양사상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저작을 오늘날 어떤 부분에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지, 그리고 고전이란 무엇인지 임현진 교수(사회학과)를 찾아가서 물어봤다.

고전에 대해 그는 ‘인류의 지식을 저장하고 있는 저수지’라고 비유했다. 인류는 역사를 거듭하며 그 자신의 삶,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이해하려고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저장하며 발전해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저술이 쓰였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현재는 과거와 떼어놓고 볼 수 없으므로 현재의 지식도 결국은 과거에 형성된 저수지로부터 흘러나온 물줄기 중 하나에 속한다”며 “나아가 고전은 현재의 세계를 읽는 데 필요한 거울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자본주의의 기원이 무엇인지 설명해낸 저작이기 때문에 고전으로 불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다 앞선 시기에 마르크스도 유물사관을 기초로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지만, 베버는 이와 달리 비교문명적 시각에 근거해 정신문화를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기원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물질적, 경제적 조건이 의식이나 사회제도를 규정한다고 전제했으며 인간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부르주아 계급,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분화된 체제를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또 그는 인류의 역사가 단선적으로 진행된다고 주장하며 생산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필연적으로 자본주의가 도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베버는 마르크스의 이런 법칙정립적 이론을 거부하며 각 문명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정신문화를 토대로 자본주의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다”고 전한다.

즉, 유물론과 대비되는 관념론적으로 자본주의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한 베버는 이를 위해 세계의 여러 문명권과 그들이 믿고 있는 종교와의 함수관계를 주목했다. 우선 베버는 여러 문명권 중 유독 서유럽 문명권에서만 ‘합리적 자본주의’가 자연적으로 발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억압, 약탈까지도 불사하는 ‘모험가적 자본주의’와 달리 합리적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일터를 선택할 수 있는 훈련된 노동자, 정기적 시장에 맞춰진 합리적인 산업조직의 존재를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험가적 자본주의는 대다수의 문명권에서 존재했지만, 합리적 자본주의는 오직 서유럽에서만 자생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베버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다른 문명권과는 달리 서유럽 문명권에서만 종교로서 프로테스탄티즘을 신봉했다는 사실이다. 임 교수는 “베버는 젊은 시절 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종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으며 유대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 많은 종교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버는 이처럼 여러 종교를 연구하면서 프로테스탄티즘, 특히 칼뱅주의가 다른 종교 사상과 달리 부의 추구를 정당화한다는 점을 포착해냈다. 칼뱅주의는 인간의 운명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으며 직업 노동과 부의 추구를 신의 섭리로 받아들일 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예정설을 포함한다. 즉, 특정 직업의 효용성과 이윤 획득이 신의 섭리로서 해석되기 때문에 부의 추구는 도덕적으로 허용될 뿐 아니라 종교 행위로까지 그 의미가 격상되는데, 임 교수는 “이는 금욕적 노동을 중시하는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프로테스탄티즘은 서유럽에서 합리적 자본주의가 잉태할 수 있는 필요조건들을 충족시켜 나갔다. 다시 말해, 이는 직업 노동을 강조함으로써 전문직업을 정당화하고 부의 추구를 정당화함으로써 근대적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를 구축했다. 나아가 베버는 이를 통해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생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 자체로 여기는 ‘자본주의 정신’이 발현됐다고 말한다. 베버의 사상을 따르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도 상업과 무역이 번성함으로써 자본주의로 진행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갖춰졌지만, 이들이 합리적 자본주의 단계로 도달하지 못한 원인으로써 힌두교, 불교, 유교와 관련된 정신문화를 지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 교수는 베버의 주장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사실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제네바 같은 경우는 프로테스탄티즘이 영향력을 미치는 곳 중 하나였으나 합리적 자본주의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베니스 같은 경우는 프로테스탄티즘과 관련이 없는 지역이었으나 합리적 자본주의로 빠르게 이행된 곳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나아가 학계 일각에선 20세기 후반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관련해서 유교 사상이 자본주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유교 사상이 담고 있는 위계, 교육, 권위, 충성, 효가 후발 국가들에서도 자본주의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 하버드대의 투웨이밍 교수가 대표적인 논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베버의 사상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이는 유교 사상이 자본주의가 성립하는 데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베버의 주장과 엄밀한 의미에서는 대치되지만, 종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사이의 선택적 친화력에 관한 베버의 문제의식을 동양사회에 접목시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임 교수는 “베버와 마르크스의 입장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근대 자본주의의 역학과 모순에 대한 이해가 더 충실해질 수 있다. 그들은 각기 자본주의의 정신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이념적 기초와 물질적 조건을 서로 경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의의를 밝혔다.

비단 이런 작업뿐만 아니라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적용된 비교문명적 방법론은 베버 이후 대다수의 사회과학도에게 영향을 미쳤다. 임 교수는 그 중 대표적인 인물로서 『국가와 사회혁명』을 저술한 테다 스카치폴,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의 베링턴 무어,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의 페리 앤더슨을 꼽았다. 그 역시도 처음 사회학에 입문할 당시 유명했던 저작들이 모두 베버를 인용하고 있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 등 베버의 저작을 읽었다고 했다.

베버는 자신을 사회학자에 한정하지 않았으며 “처음 대학교수가 될 때 사회학자로 발령받았기 때문에 사회학자가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즉, 베버는 경제학, 정치학, 법학, 종교학 모두에 능통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학자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던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빛났던 통찰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임 교수는 “베버는 요즘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통섭’을 했던 학자였다. 독자들도 여러 가지 고전을 섭렵해서 폭넓은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자기가 소중하게 여길 가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고 전했다.

▲ 사진: 김희엽 기자 hyukim41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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