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유희열, 이적, 김창완.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들의 공통점을 눈치챌 것이다. 이들은 바로 서울대 출신 음악인들이다. ‘이들도 한때는 학교 축제 무대 위에 섰을 텐데, 지금 서울대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스누라이브(SNULIVE)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너희는 누구?=스누라이브는 서울대(SNU)와 라이브(LIVE)의 합성어로 2011년 창립됐다. 이들은 서울대에서 음악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라이브 연주를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서울대엔 수많은 음악 관련 동아리들이 있지만 스누라이브처럼 이들을 소개하고 칼럼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창립자 이성용 씨(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10)는 “서울대생은 공부만 한다는 외부의 편견과 달리 음악을 하며 재밌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이들의 모습을 보고 학업과 취업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설립 당시의 심정을 얘기했다.

현재 스누라이브는 미대, 공대, 인문대 등 다양한 단대에서 모인 10명의 구성원이 이끌고 있다. 편집, 촬영, 홈페이지 관리 등 각자 맡은 업무도 다양하다. 음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인 만큼 스누라이브와 밴드 활동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다수다.

◇그들은 지금=스누라이브는 지금까지 총 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밴드에 들어온 신입생들을 다룬 ‘Freshman’, 통기타 뮤지션들을 다룬 ‘거리왕 버스킹’, 학관 문화인큐베이터에서 열었던 음악회 ‘감성독촉파티’까지. 그들은 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 시즌을 알리곤 했다.

현재는 학내 밴드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꽤 큰 규모의 일곱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성용 씨는 “아마추어는 생활과 음악활동의 병행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과제는 언제 하고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등 일상적인 모습을 강조해 다가가기 힘든 ‘음악인’이 아닌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프로젝트 인원이 4명인 걸 감안하면 관악의 수많은 밴드를 일일이 쫓아다닐 수는 없을 터, 이들이 선택한 밴드는 ‘다섯가지 자유’, ‘모반’, ‘타마린’이다. 한규인 씨(물리천문학부·11)는 “회의를 거쳐 음악적 개성이 뚜렷한 밴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섯가지 자유’는 8·90년대 하드락을, ‘모반’은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일렉트릭 음악을, 그리고 ‘타마린’은 동양적인 메탈을 특색으로 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인 만큼 밴드 구성원들의 일상 속으로 과감하게 끼어들기도 한다. 대학원생 밴드인 ‘다섯가지 자유’를 취재할 땐 멤버들이 조교로 있는 연구실로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 스누라이브의 7번째 프로젝트 ‘백스테이지 프로젝트’의 로고

◇우린 늘 즐겁다=스누라이브는 서울대 음악인들 사이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학교의 공식적인 단체나 동아리가 아닌 만큼 경제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은 반쯤은 농담으로 “돈이 너무 없다”며 하소연했다. 회의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장비도 늘 부족하다. 이선경 씨(국어국문학과·10)는 “심지어 지금 모반을 찍고 있는 카메라는 모반 부원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마이크도 부족해 만족할 만한 음향 수준을 뽑아내기 쉽지 않다.

풍족한 여건은 아니지만 스누라이브 팀원들의 모습에선 인터뷰 내내 유쾌함이 가시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특유의 에너지였다.
합주실 대여시간이 끝난 후 밴드는 악기를, 스누라이브는 장비를 정리했다. 연습이 끝나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러 가며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그들에게선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묻어나왔다. 이들이 이제껏 쌓아온 이야기들을 보고 싶다면 www.snulive.net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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