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애인과 예술 ②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을 연주할 때 작은 말소리조차 오가지 않는다. 그 대신 아름다운 하모니를 위해선 유심히 서로를 관찰하고 지휘자의 몸짓 하나하나를 살펴야 한다. ‘화자 없는 소통’이라고도 불리는 오케스트라 무대.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여기에 섰다.

▲ 사진: 이혜빈 기자 beliveyourse@snu.kr

◇마음을 울리는 음악의 시작=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지난 2006년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에서 창단했다. 발달장애는 크게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나뉘는데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문화복지사업부장 김희은 씨는 “오케스트라는 복잡한 규칙들로 구성된 악보의 지시사항들을 따라 연주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규칙들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매년 초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단원들을 선발하고 1, 2년 동안의 연습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입단시킨다. 하지만 오디션과는 별개로 음악을 처음 시작한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입단을 희망하는 사람은 17명의 지도교사로부터 악기 레슨과 입단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이루어진 60명의 발달장애 단원들이 있다. 이들은 공연 유형에 따라 오케스트라 외에도 현악, 클라리넷, 첼로 앙상블로 나눠 활동 중이다.

◇쉽지 않았던 10여 년의 여정=지금은 한해 30~40여 차례의 공연을 하고 각종 행사에서 초청을 받고 있는 유명 오케스트라지만,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복지관 지하의 소강당은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공간도 협소했다. 겨우 송파구의 여성문화회관을 빌려 연습했지만 이곳에서 연습을 지속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재단에서는 3년 전 전용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아예 복지관을 허물고 대형 연습실과 개인 연습실을 갖춘 건물을 신축해주었다.

연습 공간도 문제였지만, 발달장애 단원들을 데리고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부딪힌 어려움도 있었다. 단원들의 집중력이 비장애인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장시간 연습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발달장애의 특성인 돌발행동 때문에 작은 소동이 일어나곤 했다. 연습 중 단원이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뛰쳐나가는가 하면, 아무 이유 없이 무대에서 내려가 버린 일도 있었다. 처음에 어떻게 장애단원을 가르쳐야 할지 헤맸던 지도교사들도 단원들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려 노력했다. 지도교사 조현우 씨는 “연습 외 시간을 내 단원들과 놀이공원을 가는 등 추억을 쌓아갔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원들을 지도하는 데에도 노하우가 생겼다. 조현우 씨는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의 특성상 글보다는 사진 자료를 이용한다”며 “관악기를 불 때 자꾸 입술을 비틀어 부는 것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진 단원이 있었는데, 비슷한 습관을 극복한 음악가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단점을 극복하고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처음엔 오케스트라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어머니들도 매니저를 자청하며 단원들을 챙겼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서야 할 벽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김희은 씨는 “행사 관계자들이 장애인이 어떻게 오케스트라를 할 수 있느냐며 의구심을 가졌었다”며 “주최 측으로부터 장애인이 무대에 서면 행사의 질이 낮아진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는 계속됐다. 연습이 있는 날이면 1~2시간 먼저 도착해 개인연습을 하는 등 단원과 지도교수 모두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연습했다. 그 결과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다양한 무대에 설 기회도 늘어갔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무대에도 진출했으며, 작년 12월에는 음악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예술의전당에서 장애인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로 100여 분동안 「Heart to Heart Concert」를 열었다. 조현우 씨는 “단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에 몰입해준 덕에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다=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 지휘자 김근도 씨는 “주로 밝은 느낌의 곡들을 선곡한다”고 말했다. 김희은 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창단 때부터 매년 10차례 정도 병원과 소외지역을 방문해 공연을 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는 장애인의 음악적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음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하트 포르테’를 운영하고 있다. 하트 포르테는 음악에 관심을 가진 발달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시행된다. 지원자들은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지도교사들로부터 음악과 관련된 진로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진다. 부모들은 자녀의 음악 교육에 대해 지도교사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김희은 씨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발달장애인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벽을 허무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지금 이 순간에도 60개의 악기가 빚어내는 희망의 멜로디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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