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돼 부푼 마음으로 학교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게 된 선거는 바로 총학생회 선거였다. 학교를 잘 모르는 새내기였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고, 쌀쌀한 날씨에도 밖에서 선거도우미로서 투표소를 지키며 학생회가 만들어지기를 초조해 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진 학생회와 여덟 달 정도를 보내고 난 후에도 나는 새로운 총학을 뽑는 선거에서 투표소를 지키면서 학우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하지만 늦가을의 바람은 봄이 찾아오는 초입의 바람과는 달리 더욱 쌀쌀했고, 나와 주위의 친구들의 마음은 새로운 학생회가 들어서길 바라는 기대감에서 이번에도 한 번에 학생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으로 바뀌었다. 결국 작년의 총학선거는 무산됐고, 학생들은 총학이 없는 상태에서 길고 긴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날씨는 다시 따뜻해졌고 새내기들은 생기 있는 모습으로 캠퍼스를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아온 봄이 설레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곁에 학생회가 없다는 사실과 이번 재선거에서도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가 성사되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이 단지 나 혼자만의 기우로 그친다면 좋겠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이 총학 재선거에 대해 아직까지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총학 재선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이유로는 학생들 선거에 대해 무관심한 스스로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내 주위에는 나를 포함해 공동선본발대식을 갔다는 학생들이 아무도 없고 각 선본의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훨씬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있다면 선거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있는 법이다. 그래도 작년에 가까스로 선거가 성립된 것은 학생들이 선거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투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선거에 관한 홍보물은 각 선본의 공약 설명 자보와 학교 몇 곳에 매달린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전부여서 후보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대학신문』과 같은 몇몇 학내언론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을 뿐 다른 방법으로는 선본의 후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게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학생들의 무관심만큼, 혹은 더 크게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에 대한 홍보 부족 역시 학생들이 선거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아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학생회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재선거의 성사를 위해 힘쓰는 선관위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하지만 아직도 더 나아가야할 점이 많다고 본다. 선관위은 선본과 학생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이다. 선관위가 아직은 먼 듯한 선본과 학생 사이를 제대로 이어준다면 선본과 학생들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서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면 아직은 먼 듯한 학생회도 우리 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거는 시작됐지만 선거기간 중에라도, 혹은 그 이후에라도 지금보다 더 나아진 선관위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김우섭(불어교육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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