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 정신건강검진 결과는 마치 제목과 같은 요약으로 알려질지도 모른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몇 %’, ‘자살 위험자 몇 %’ 등 수치화된 통계 결과는 분명 사실에 기반한 것임에도 기사를 맛보는 이에게 자극적인 첫맛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마 이 씁쓸함은 75%라는 숫자의 객관성에 의해 그만큼이나 많은 사정을 가진 개인들이 하나의 ‘중독자 집단’으로 도매금으로 묶이는 것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이는 결코 통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를 쓴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우려가 되는 점은 이 숫자들의 생성 과정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 있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 많은 ‘퍼센트’들은 “정신적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선입견 없이 다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채 인쇄되지만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선별되는 과정에서 도리어 표본 집단 그리고 정신건강문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만을 강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기사에서 조명을 받아야 하는 숫자들은 오히려 건강검진 재검율 16%, 정신 치료 경험자 6.4%와 같은 수치들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대 의대에서 주관한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역학조사)에 따르면 일반 성인 인구 6000명 중 27.6%가 평생 동안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이 중에서 한 번이라도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는 1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 제시된 통계 결과는 정신 문제가 결코 ‘하필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는 문제라는 것을 대변한다. 그러나 정신 문제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당연시 돼서는 안 된다. 기사 속 숫자들이 주는 자극은 일회적이다. 왜 그들(혹은 우리)이 ‘우울’한지, 무엇이 그들을 ‘불안’하게 압박하는지, 왜 그들은 정신 치료를 회피하는지 등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역학조사 보고서는 제언을 통해 “사회가 변화해감에 따라 기분장애, 불안장애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후 생활 대책, 가정 붕괴에 대한 대책, 직업 유지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문제는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사회 구조에 순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을 수도 있다.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거나 경험했던 ‘그들’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객관성의 메스로 난도질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이번 검진결과가 숫자 그 너머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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