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비타트 제공
“우리는 필리핀에 집을 지어줬다기 보다는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왔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을 다녀온 정은아(식품공학과ㆍ02)씨의 소감이다.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지원한 김철관(컴퓨터공학부[]96)씨 외 4명의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10일 동안 필리핀 퀘존의 루세나 시티에서 직접 집을 짓고 왔다.

 

1965년 미국에서 시작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생활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집을 지어 주는 행사로, 주택의 설계에서부터 기업들의 건축자재 지원과 공사장의 막일까지 모두 자원봉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운동은 한국에서 1980년 후반부터 시작됐는데, 2001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사랑의 집짓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후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현재 한국에서는 연간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땡볕이 내리쬐는 현장에서 그들은 쉴새 없이 시멘트 만들기, 벽돌 옮기기와 쌓기, 땅 파기와 갈기를 반복했다. 현지 주민들과 서울대 학생 5명, 필리핀 대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10일 동안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마쳤다. 정원엽씨(외교학과ㆍ03)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기계를 쓸 수 없는 수작업만 가능한 공간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일했다”며 “시설도 열악하지만, 특히 날씨가 너무 덥고 햇볕이 강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지 주민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줘 감사했다”며 “주민들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일했다”고 회고했다. 정은아씨도 타 대학에서 집을 완성한 후 집 대문에 대학 이름을 새겼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기초 공사만 마치고 왔지만, 내년에 꼭 다시 가서 학교 이름을 완성된 건축물에 새기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현지 주민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작업 시간 외에는 ‘시스터즈하우스’(수녀들이 운영하는 탁아소)를 방문해 어린아이들을 돌보기도 하고, 저녁에는 시내로 나가 맥주를 마시며 팀원간의 단합을 다지기도 했다. 이인영씨(외교학과ㆍ03)는 “7일째 되는 날, 5명이 각각 다른 집에서 홈스테이 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보기에는 매우 가난하고 힘겨운 삶이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대해 참가 학생들은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 우리들에게 밝게 인사해 주고, 격려해주어 인상에 남는다”며 “무엇보다도 방학 동안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게 돼 의미있는 방학을 보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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