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밖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학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학내 구성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 카페 등은 온종일 학생들로 인해 분주하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주된 소비자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업체 선정 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게다가 본부는 서울대에 입점한 외부업체의 선정과 관리에 대해 거의 보고받지 못하고 있으며, 개입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학신문』은 외부업체의 선정 및 관리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외부업체의 선정 방식과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서울대의 외부업체는 2007년, 자연대(500동)에 ‘A Twosome place’가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그 수가 매년 늘어났다. 학교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산운영팀은 2013년 12월 관악캠퍼스 내 외부업체의 수가 식당, 카페, 편의점, 웨딩홀 등 모두 83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산운영팀이 보고받지 않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런 외부업체들의 관리 주체는 대부분 대부분 생협, 발전기금이며 단과대, 기부재단 등에서도 일부 관리하고 있다. 생협은 주로 매점, 학생식당 등을 관리 중이고, 기부재단은 재단이 기부를 통해 지은 건물의 외부업체를 관리한다. 각 기관은 입점할 업체를 선정할 때 업체로부터 지원받아 각자 나름의 기준에 맞춰 평가한 후 업체를 선정한다. 외부업체 관리 주체들의 업체 선정과정은 대체로 같지만 선정 시 평가기준은 기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생협의 경우 업체의 안정성 및 전문성, 운영 및 투자 계획, 관리수수료, 학내 구성원에 대한 기여 등의 기준으로 평가하며 발전기금의 경우 운영 및 서비스 계획, 임대료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물마다 설립 목적, 설립된 과정, 필요한 운영비 등이 다르고 입점 업체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할 때마다 평가 항목과 항목별 반영 비율 등을 다르게 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으려다가

외부업체의 입점은 학내 구성원과 관리 기관이 각각 편의와 재정 확충을 누릴 수 있었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외부업체를 통해 번거롭게 학교 밖까지 나가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과 서비스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고 건물을 임대한 관리 주체들은 임대수익을 올림으로써 관리 기관의 재정, 건물 운영비 등의 재원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리 기관들의 업체 선정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복지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점하는 외부업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 재산관리위원회는 모든 업체를 심의하지 않고 관리 주체가 요청했을 때만 열리고 있다. 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 내용 또한 학내 구성원 중 교직원들의 후생복지만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재산관리위원회는 학생들의 의견 전달을 위한 창구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외부업체 입점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49차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서도 학생 대표 측은 재산관리위원회의 학생 대표 참여 또는 정보 제공을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자산운영팀 임장주 팀장은 “재산관리위원회에서는 관리 기관이 심의 요청을 하기 전에 이미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래서 재산관리위원회에 학생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은 두 번 반영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협의 경우 학내 구성원들의 공익을 우선시하고 있어 교직원과 학생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 업체 선정 기준에 대해 생협 김인옥 경영지원실장은 “(임대료보다는) 주로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기여 방안을 제시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 기관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업체 평가 기준에 포함하지 않고 있고, 이벤트성으로 몇몇 업체에 대해서만 수요 및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결국 대부분의 업체가 입점할 때 가장 큰 소비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부재한 상황이다.

경쟁업체가 없는 서울대라는 공간 특성상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업체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 벌어진다. 학생 이인수 씨(조선해양공학과·13)는 “몇몇 업체들은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너무 과한 측면이 있지만, 서울대 안에서는 선택지가 없다”며 “싼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본부는 정기적인 보고도 받지 못하는 등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있어 관련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학교의 자산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산운영팀은 “외부업체에 대한 사후보고는 받고 있지 않다”며 “업체가 입점할 때, 그리고 임대기간이 종료됐을 때 2번만 보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서울대 안에 있는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2번 받는 보고조차 하지 않는 업체도 존재한다.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의 경우 본부와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 및 외부업체 관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산운영팀장은 “교육부의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받아 지어진 건물로 운영비 마련을 위해 독립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케이스’라도 입점한 업체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업체에 문제가 생겨도 본부가 이를 해결할 수 없으며, 캠퍼스 발전 계획이나 물가 등의 캠퍼스 전반적인 문제에도 간섭할 수가 없다. 지난 제55대 총학생회에서 외부업체 관리 및 선정 체계에 대해 지적했던 이은호 전 부총학생회장(서어서문학과·09)은 서울대가 자산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학생 복지의 문제이며, 학생들이 감시하고 같이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사후 관리 없이) 외부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오게 된다면 물가상승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화여대의 경우 신축 공간에 대한 무분별한 외부업체 입점이 물가상승을 초래해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기도 했다.

통일된 관리 체계 만들어야 할 때

본부에서 관리하지 못하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외부업체에 대한 우려와 선정 방식 및 관리 체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학내의 요구는 꾸준히 있었다. 지난 제49차 교개협에서 학생 측은 신축건물 활용방안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요구했으며 지난해 출마했던 총학선거의 한 선본도 학생공간 및 외부업체 컨트롤타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제49차 교개협 당시 본부는 외부업체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학생소통팀을 통해서 전달하라고 답변했을 뿐 컨트롤타워나 관리기준 마련을 위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기존 외부업체의 관리는 통일된 기준 없이 주체 기관과 상황에 맞춰 변화해왔다. 물론 상황이 달라 함부로 모든 업체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다르다고 해서 선정과정에서의 협의 또는 사후 관리 없이 각각의 기관이 자의적으로 선정·관리하는 것은 캠퍼스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모든 외부업체가 입점할 때마다 입점업체 선정을 위한 위원회가 열려 학생, 본부, 업체 삼자 간의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제승우 학부총학생회장(산업디자인학과·11)은 “입점 업체에 대해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학습에 방해되지 않는지, 학생들이 원하는 업체가 입점하는지 토론한다”며 “위원회도 학생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캠퍼스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건물에 입주하는 업체 하나하나는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또 최근 가시화되기 시작한 시흥캠퍼스, 평창캠퍼스 등의 캠퍼스 확장에 따라 서울대의 외부업체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앞으로도 늘어날 외부업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외부업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제는 업체 선정의 기준과 관리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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