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저
김상무 역ㅣ서울대출판문화원
632쪽ㅣ3만원

20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아일랜드 토착민족인 켈트족의 고대 신화와 전설을 노래하며 아일랜드의 문예부흥을 주도했다. 이는 아일랜드인의 민족의식을 고취해 독립운동을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시는 고대 켈트족의 신화와 아일랜드의 정경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시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함께 독특한 시 세계를 형성했다. 이번 달 서울대출판문화원에서 세 권으로 출간된 『예이츠 서정시 전집』은 이런 그의 시 세계를 ‘아일랜드’, ‘사랑’, ‘상상력’ 세 개의 주제로 나눠 각각 1, 2, 3권에 실었다.

물론 세 주제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제2권에서 예이츠가 사랑을 노래하는 대상은 대부분 그가 일생 동안 다섯 번이나 청혼했던 ‘모드 곤’으로 여겨지지만 그 열렬한 사랑이 아일랜드를 향한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또 그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제3권의 시들에는 켈트족의 환상적인 전설을 소재로 하는 것들도 있다. 이렇듯 세 가지 키워드는 때로는 복합적으로 혹은 단독으로 시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1931년 쿨 파크와 밸릴리」의 다음 문장에 함축돼 있다. “우리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전통의 거룩함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았느니”.

한편 『예이츠 서정시 전집』의 번역자이면서도 출간을 보지 못하고 타계한 고(故) 김상무 교수(전 영남대 영어영문학과)는 서문에서 번역의 목적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예이츠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독자에게도 외국 시가 친근하게 읽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를 고려해 이 책은 영한 대역으로 번역돼 좌측 페이지는 원문 시로, 우측 페이지는 번역 시로 구성됐으며 필요한 구절마다 상세한 주석이 달려있다. 또 외국 시라도 낯설지 않게 읽히게끔 한국어 문법에 맞게 번역됐다. 구체적으로는 콜론이나 세미콜론, 하이픈 등 영어의 용법에 맞춰진 구두점들이 삭제되기도 했다. 다만 예이츠 자신이 시행의 길이를 맞추고 각운을 엄격히 구성하는 등의 형식을 지켰기 때문에 번역하는 데 있어 형식미의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시가 같이 수록되며 이를 보완한다는 점, 또 번역시가 자연스럽게 읽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폭넓은 층의 독자들에게 예이츠의 시 세계를 잘 전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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