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환경동아리 씨알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세상 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이들이 있다. 20년 넘게 학생회관 439호에 자리하고 있는 환경동아리 ‘씨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일(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가리왕산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준비 중인 그들을 만났다.

▲ 씨알이 중앙도서관 바닥에 수백 년간 보호되어 온 가리왕산을 알리는 글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 까나 기자 ganaa@snu.kr

이날 씨알은 인문대 해방터와 중앙도서관 근처의 바닥에 ‘주목(朱木)’의 단면을 분필로 그리는 것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동아리 회원 채호준(정치외교학부·10)씨는 “600살의 주목은 고려 이후 수백 년간 보호되어 온 원시림인 가리왕산의 명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과자 봉지를 오려 가리왕산에만 서식하는 ‘은판나비’의 모양을 본떠 바닥에 붙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이 작업은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바닥에 쓰면서 마무리됐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멈춰 서서 관심 있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씨알은 10~15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동아리지만 활동만큼은 여느 대형 동아리 못지않다. 동아리 회장 나형주 씨(컴퓨터공학부·10)는 “씨알은 매주 환경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하는 동아리”라며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동아리를 소개했다.

씨알은 매주 세미나를 열고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학기에는 물, 기후변화, 과학기술, 동물권, 생태사상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지난주 ‘물’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던 채호준 씨는 “매주 먹거리, 물, 에너지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 이슈들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하나하나 알아나가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씨알은 공부만 하는 단순한 학술동아리는 아니다. 씨알은 2010년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도림천을 콘크리트로 도배해버린 본부를 비판하며 도림천의 사라진 물길을 그리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2012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중앙 도서관에서 사진전을 열고 학생들에게 이와 관련된 소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또 매년 축제에서 씨알은 채식 장터, 공정무역 장터, 뒤끝 없는 장터 등 색다른 장터를 준비하기도 한다. 동아리 회원 김수정 씨(교육학과·11)는 “작년 가을 축제 때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설거지 부스를 설치했다”며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회장 나형주 씨는 “씨알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의 집합소”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사회운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씨알은 다른 환경 단체들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지난 겨울에는 고려대 환경동아리 ‘푸르미르’와 초록캠프를 준비하고 한신대 학생들과 함께 세미나도 진행했다. 또 활동의 성격에 따라 밀양의 친구들, 녹색당 등 환경 관련 단체와 함께하기도 한다.

경제성장을 제일로 삼는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개발에는 ‘환경 보전’이라는 요소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환경의 어머니로 불리는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외쳤다. 환경 동아리 씨알의 노력도 바로 이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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