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교과 내용을 잠시 멈추고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더러 있다. 말솜씨가 부족해 학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종종 언급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연습하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연습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것은 유전학 강의에서였다.

 

 

인간 유전체 연구의 완성, 복제동물의 탄생, 줄기세포의 이용, 동식물 세포를 이용한 생체 공장의 생산 등 오늘날의 생명과학 발전에 기본틀을 제공한 것으로 유전학 지식을 빼놓을 수 없다. 유전학 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사람인 멘델은 유전의 기본 원리를 발견했고, 생물학 연구에 통계를 이용해 당시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지만 매우 참신하고 훌륭한 시도였다.

 

멘델의 연구에서 보듯 유전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의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전학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 중의 하나다.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델 문제를 여러 번 풀어 보면서 숨은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필요해, 학생들에게 문제 풀이 연습을 통해 유전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강조하곤 한다. 

 

 

유전학 강의 때 연습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우리의 삶에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하곤 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비약적인 상황의 이동이라고 생각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연습’이 필요한 부분들을 잠깐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고마움 받았을 때 감사함을 표하고,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 등은 말은 쉬우나 실천하기 참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도움을 받았을 때 적절하게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점점 많은 것에 대하여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인색한 것 중에 하나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인 것 같다. 나의 부모이기 때문에 나에게 해주시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나 싶다. 나의 대학 생활을 돌아볼 때 부모님께 감사함을 별로 표현해 보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나중에는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였다.

 

 

대학시절에는 많은 직ㆍ간접 경험과 변화를 겪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연습을 하다보면 훗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면 평소에 감사해야 할 기회에 자연스럽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감사의 표시는 반드시 물질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감사합니다” 혹은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상대방을 참으로 기쁘고, 즐겁게 해 주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수업 전ㆍ후에 반장의 구령 하에 경례하는 것은 일본의 잔재라고 하여 없앴다고 한다. 일제 잔재 청산은 잘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은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된 것 같아 아쉽다. 물론 대학에서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를 연습하는 데는 강의실만큼 좋은 장소가 없을 것 같다. 수업을 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끼지만 백묵을 놓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나오면 왠지 서운하고, 허전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돈이 들거나 크게 마음 쓰는 것도 아닌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가 싶다. 아마도 우리가 평소에 연습을 했더라면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해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교실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전상학

사범대 교수ㆍ생물교육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