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2015학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전형이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입학전형에 따르면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나고 논술고사 없이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또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는 면접 및 구술고사를 간소화하는 등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덜어졌다. 반면 본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안’ 시행을 무기한 유예했다. 이는 이 안이 언제든지 다시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지난해 11월 입학전형 주요사항 발표 당시에는 창의적 인재와 융합학문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문과생이 수의예과, 의예과, 치의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점을 들어 상대적으로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은 외고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도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본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안’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로 인해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거나 문·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학생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의 입학전형은 그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크다. 당시 공표됐던 입학전형의 주요사항은 그 변경이 급작스러웠고 다른 대학도 전형 방식을 덩달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들의 입학전형이 이 같이 급하게 변경되면 그로 인한 혼선과 피해는 결국 수험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는, 본부가 입시제도와 관련하여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학전형을 안정적이고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해야 함을 말해준다. 또한 관련 사안에 대한 관리에도 한층 주의해야 함도 일러준다. 지난해 11월 발표될 당시의 안은 확정된 입학전형이 아니었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수험생들의 진로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이 같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입학전형 관련 사안의 공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중도에 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주요 변경사항에 대해서는 몇 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부는 2015학년도 입학전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러한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학전형이 안정적이고도 예측 가능해야 하며, 입시제도 관련 중장기 계획이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 차제에 인재 선발에 대한 철학의 재정립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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