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리학자가 작성한 논문을 읽고, 거기에 대한 생각과 그 생각을 저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는 대학원에 입학한 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지리하기(Doing Geography) 생활에 빠져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까?”라는 의문을 문득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그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2014년 현재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저와 지리가 함께해온 연결고리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지리와 함께해온 짧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고 이들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저의 중학교 1학년 시절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의 풋내가 채 가시기도 전, 나의 담임선생님이자 1학년 사회 수업을 담당하시던 최 선생님과의 만남은 제 삶의 방향에 큰 물꼬를 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학교에 재학한 3년 동안 최 선생님은 저에게 지리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셨고, 지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지점토로 카르스트지형 만들기 등 실제 지리와 관련된 내용들을 실습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라는 과목 속에 지리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선생님을 통해 배우는 지리학적 아이디어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도 지리와 관련된 여러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학부, 대학원 또한 지리교육과로 진학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반절 이상을 ‘지리를 하며’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는 지리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지리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제가 공부하던 지리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블러라는 지리학자는 ‘지리학 제1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Everything is related to everything else, but near things are more related than distant things.’ 정리하면,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가까이 있는 것이 멀리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인데요, 이 지리적 법칙을 저의 삶에 비추어 보면, 저와 항상 가까이 있었던 건 지리였기에, 그 영향을 받아 현재 지리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연해 보이지만 명쾌한 이 명제를 역으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내 가까이에 있는 무언가가 나와 더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면, 이들은 나의 앞날을 만들어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입니다. 지리와 그리고 ‘지리 하는’ 사람들이 항상 옆에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존재하는 것처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자신의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당신의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near things)은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물체, 아니면 존재하지 않지만 인지할 수 있는 무언가일 수도 있습니다. 항상 가까이에 있기에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것처럼, 혹시 여러분 가까이에 있는 그 무언가를 잊고 계신 건 없는지요?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지리 하기(Doing Geography)를 한번 제안해봅니다.

이창호 석사과정
지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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