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생들의 학교행정에의 참여가 총학 선거나 여타 학생사회의 담론 속에서 중요한 지향점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교수, 직원, 학생이 동등한 대학의 3주체로서 대학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 역시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학생들이 이사로서 운영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매우 모범적인 학내 기구일지 모릅니다. 식당, 매점, 카페, 문구 등 학내 소비생활을 주로 담당하는 생협은, 상설 최고운영기구인 이사회를 이사 16인 중 6인(학부생 4인, 대학원생 2인)을 학생으로 하고 있습니다. 1/3 이상을 학생으로 채운 것이지요. 하지만 올해로 대학원생이사 2년차에 접어든 저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과연 제가 학생으로서 생협의 ‘운영에 참여’한 것인지, 아니면 ‘들러리를 서준’ 것에 불과한지 잘 모르겠다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현재 생협에서는 두드러지는 매출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외부업체 입점’을 지목하고 있어서 그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는 외부업체 입점 상황 파악 및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이사회에서 별도 안건으로 편성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계속해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안건 발의’는 이사의 당연한 권한임에도, 저의 이러한 안건 발의 주장은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생협 이사회에는 ‘옥상옥(屋上屋)’ 격인 ‘운영위원회’가 존재하는데 이 운영위원회의 심의 사항은 단 한 가지, 바로 ‘이사회 부의사항’입니다. 이사회에 어떤 안건을 부의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검열’하는 기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안건 발의 요구는 이 운영위원회에서의 부결로 인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사회 소집요구 협조요청 공문도 보내보고 안건 발의서를 이사회 현장에서 배부해보기도 했지만 이사장님은 ‘저 이사의 안건을 논의할지 여부부터 결 정하자’는 식으로 저의 안건 발의 권한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한하셨습니다. 생협 사무국에서는 위 안건의 논의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를 지속적으로 거부해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 속에서, ‘교직원 이사님들에게도 이사장님이나 생협 사무국이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학생의 본업은 공부와 연구이고 학생의 학교행정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정제된 주장과 자료를 가지고 각종 회의체에 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측이 정말 학생들을 단순히 ‘들러리’ 세우기 위해 학생참여권을 일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하겠다고’ 나선 학생들에 대해 더 넓은 문호를 개방하고 더 많은 자료들을 교직원 분들과 동등하게 보장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의사결정기구 내 참여 의석수도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나섰을 때 충분하고 ‘평등한’ 자료 및 도움 제공이 되지 않는다면, 그 얼마 안 되는 학생 참여 의석수조차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학내 구성원들 모두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교직원 분들이 학생 참여권을 ‘학생들러리권’으로 오해하지 않는 서울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재원
법학전문대학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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