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글방 근처로 이사를 하자 맹자가 비로소 글공부와 예법에 관한 놀이를 했다는 이 짧은 이야기는 맹자가 어머니의 노력으로 유가의 뛰어난 학자가 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에 대한 정체성과 방향성은 아직도 정해지지 못했다. 법인화에 대한 계획과 점검이 적어도 3번은 가능했을 시기가 흘렀음에도 서울대는 맹자와 달리 뛰어나긴커녕 법인화 이후 당면한 과제들조차 효율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교직원 대부분이 법인화 자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초 기대와는 다른 전개를 보인 법인화는 재정 확충, 국제화 교육 등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조차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이 법인화 후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로 2009년에 이어 2013년 조사에서까지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것은 서울대가 법인화법이 시행된 이후의 시간 동안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음을 시사한다. 재정기반 확충을 위해 국고출연금을 확보하는 일조차 법인화 이후 그 규모를 매년 추가적으로 20% 이상씩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증가폭은 4~10%에 그치고 있다.

  또 법인화 이후 학문이 자본주의에 잠식되는 것을 경계하고 기초학문 발전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외부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소위 인기 전공을 선호하는 현상이 인재 배분에 불균형을 가져옴으로써 학문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문 발전에 내실 있게 이바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기초학문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과 특정 학과에 인적 자원이 집중되는 현상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한 교수는 심층 면접 조사에서 “법인화 때 요구로 기초학문을 다루는 대학원에 지원이 조금 생겼지만 그마저도 일부 단과대에 집중돼있다”고 말할 정도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법인화에 대한 문제가 산적한 만큼 법인화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관심에 앞서 필요한 것은 법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맹자처럼 서울대 또한 ‘서울대의 어머니’가 필요하다. 어머니의 자리는 누구에게라도 열려있다.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는 법인화 관련 인식조사를 진행하거나 법인화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일 등을 통해 어머니 자리에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나 서울대를 이끌어가는 총장의 자리보다 중요한 자리는 없다. 앞으로 한 두 달 뒤 신임 총장이 선출된다. 어떤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될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총장은 서울대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법인화에 대한 고민을 넘어선 실천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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