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TV조선과 채널A는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 왜 이뤄졌는지, 정부와 민주노총 사이의 갈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민주노총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계를 대변하는 3명의 토론자가 언론이 노동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와 사례를 언급하고, 강진구 「경향신문」 사회정책팀 기자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한국 언론이 노사 갈등의 원인이나 실태에 집중하지 않고 ‘겉핥기식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공기업과 사기업의 노동운동 보도가 제시됐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한국 언론이 공기업 파업을 무성의하게 취재하고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파업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를 사실 검증 없이 사용했으며, 국토해양부는 이 기사를 SNS를 통해 확산시켰다. 그리고 이 기사의 내용은 다른 보수 언론과 종편 방송에 의해서 재생산됐다. 백 팀장은 “많은 언론이 파업의 원인 규명보다는 파업이 ‘국민의 편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강조하며 파업 철회를 주장했다”며 일방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홍명교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은 한국 언론이 사기업에서의 노동 운동을 외면하거나 왜곡해 보도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으며, 그 원인을 자본의 횡포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달 4일과 13일에 ‘삼성바로잡기운동’의 일환으로 삼성을 비판하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려 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한겨레」나 「경향신문」과 같은 진보 언론에서조차 거절당했다. 한 언론사는 “삼성 광고가 끊길 수 있어 이 광고를 싣는 것은 곤란하다”며 자본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였다. 홍 교선위원은 “거대 자본에 의해서 언론이 통제되고 있다”며 자본에 의해 언론이 통제되는 실태를 비판했다.

한국 언론이 노동을 멸시하는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호희 민주노총 홍보실장은 이런 사례 중 하나로 한국 언론이 ‘노동자’라는 단어 대신 ‘근로자’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근로자라는 표현은 노동자들에게 모멸적”이라며 생산의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부정하고, 순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언론의 태도가 이러한 단어 선택에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강진구 기자는 공정하게 노동 관련 보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언론사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매일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를 제외한 언론사에는 노동보도 전문 기자가 없다”며 노동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노동보도 전문 기자가 있는 세 개 언론사 모두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여론의 형성도 힘들다는 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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