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의 영향으로 봄축제가 취소됐다. 지난달 20일 열린 제2차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총학생회(총학) 산하기구 축제하는 사람들(축하사)이 2014 서울대 봄축제를 취소하는 안건을 발의, 총운위가 이를 인준했다. 이에 따라 이번달 13일(화)부터 15일까지 열리기로 예정됐던 ‘서울대학교 봄축제 띵가띵가’의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축하사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애도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제를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축제 취소 안건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정이 있기까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와 그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봄축제 취소 문제는 지난 4월 19일 축하사 자체 회의에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 세월호 사고 이후 5월까지 예정됐던 많은 축제가 취소됐고 대학가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었다. 이에 축하사 내부에서도 축제 연기와 취소를 놓고 논의가 오갔다. 결국 축하사는 인양 및 사건의 수습이 이뤄질 시기 등을 생각해 봤을 때 2~3주 정도 축제를 미루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축하사는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최종적으로 총운위의 의결절차를 거쳐야 하나 일단 축하사는 내부적으로 축제 취소를 결의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축하사의 김예지 회장(동양화과·12)은 “학생들 사이에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회의 결과를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취소 공지가 올라가자 학생들도 반응을 보였다. 함주성 씨(산림공학부·13)는 “축제가 취소됐다는 사실 자체는 아쉬웠다”며 “그러나 세월호 사고가 국가적 재난사태인 만큼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하사가 학생들과 축제에 참가하는 동아리의 의견을 듣는 과정 없이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현우 씨(언어학과·13)는 “축제의 참여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축제에 참여하는 동아리들도 축하사로부터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아야 했다. 재즈 댄스 동아리 ‘몰핀’의 이강토 회장(원예생명공학부·13)은 “축제 한 달 전부터 공연을 준비해왔는데 갑자기 취소됐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밴드 ‘다섯가지자유’의 박선도 씨(물리학과·석사과정)는 “아무 의사도 내지 못한 채 축제 취소 통보만 받았다”면서 “논의 과정에서 축제에 참가하는 동아리들이 소외됐다”고 말했다.

또 축제가 취소되기까지 그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원래 ‘축하사’는 축제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총학 산하 자치단체로서, 축제 취소와 같이 어떤 문제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따라서 축제를 취소하려면 총운위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인준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축하사에선 총운위의 심의를 거치기 전 4월 19일 축제 취소가 확정됐다는 어조의 공지를 올렸다. 몇몇 학생들은 ‘글을 본 많은 학생들이 축제 취소가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 ‘이미 축제 취소를 기정사실로 했다는 공지가 총운위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 등의 의견을 댓글로 남겼다.

이 문제에 대해 이경환 총학생회장은 “총운위에서 공식적으로 축제 취소를 의결하기 전 공지를 올린 것은 확실히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4월 21일 축하사에서는 축제 취소를 의결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한편 갑작스럽게 축제가 취소되면서 동아리들이 활동할 기회가 줄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행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흑인음악밴드 ‘바운스팩토리’의 양영건 회장(조선해양공학과·13)은 “동아리연합회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선 동아리 활동을 기록해 제출해야 한다”며 “일부 동아리에겐 축제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심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취소된 축제를 대체할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예지 회장은 “축제를 대체할 행사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으나 총학이나 동연 차원에서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혀왔다. 이에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동아리들이 있다. ‘몰핀’에선 축제 때 선보이려 했던 안무를 뮤직비디오의 형태로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따이빙 굴비’에 참가 예정이었던 밴드들 또한 6월에 축제를 대체할 비공식적인 공연 무대를 기획 중이다.

이번 축제 취소에 대해 축하사는 “축제 취소라는 전례 없는 사건 앞에서 축하사의 감정적인 동요와 급박한 상황 대처 때문에 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고려가 너무나도 부족했었다”며 “그 부분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축하사는 세월호 침몰사건을 애도하기 위해 축제를 취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 축하사가 관악인 ‘모두’의 축제를 만들어가려면 축제의 주인인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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