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대는 어플 개발 시대. 당장 학내에선 ‘앱이로드’, ‘서울대 게임 개발 동아리(SNUGDC)’, ‘와플 스튜디오’를 비롯해 취미 삼아, 혹은 사업을 위해 앱을 개발하는 여러 모임을 찾을 수 있다. 플레이 스토어는 이미 서울대생들이 ‘달콤한 쿠폰’, ‘폰플’ 같은 어플을 만들며 활동하는 놀이터다. 그중에는 학생이 만들었음에도 수십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어플들도 있다. ‘좀비고등학교(좀비고)’ 개발자 김원배 씨(컴퓨터공학부·10)와 ‘마이돌’ 팀장 이진열 씨(종교학과·08)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기자: 먼저 각자가 만든 어플인 ‘좀비고’와 ‘마이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김: 어느 날 문득 친구들과 심심할 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갔어요. 한 일주일쯤? 고민하다가 술래잡기를 떠올렸고 그렇게 탄생한 게 ‘좀비고’입니다. 규칙은 간단해요. 게임이 시작되고 10초 후 한 사람이 좀비로 변하죠. 2분 동안 좀비는 사람들을 잡아 모두 감염시키면, 인간은 좀비를 피해 살아남으면 이기게 돼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어 특히 10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 ‘마이돌’은 스마트폰을 껐다 켤 때마다 ‘나의 아이돌’이 말을 걸어주는 잠금 화면 어플이에요. 메시지는 팬들이 보내준 것들로, 10개 국어로 20만 개 메시지를 서비스하는 중입니다. 아이돌의 사진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앱도 함께 운영 중이에요.

기자: ‘마이돌’과 ‘좀비고’는 각각 플레이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200만, 100만 건에 이를 만큼 유명해졌는데요. 두 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플 제작에 참여하게 됐나요?
이: 중학생 때부터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학생이 된 후 관련된 공모전이나 외부 프로젝트처럼 재밌는 것들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어플을 제작하는 회사를 창업하신 분들을 만나 거기에 들어가게 됐죠.

김: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우왕좌왕 그림판 도트를 찍어가며 게임을 만들었어요. 고등학교 땐 인디게임공모전에서 상도 받았고요. 그 이후엔 노래방 곡 검색 어플, RPG 만들기 제작툴같은 다양한 것을 만들었어요. 대학교 게임개발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가 차린 회사에 들어갔는데, 카카오톡 게임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두 분 다 좋아하는 일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어플을 제작하게 됐군요. 그런데 어플에도 종류가 많은데 잠금 화면과 술래잡기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사람들이 핸드폰을 껐다 켰다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잠금 화면을 많이 본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뭔가 흥미로운 내용을 담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뉴스나 블로그를 보여줬는데 별로 재미를 못 봤어요. 여러 대안을 고민하다 팬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3만 명이 다운받는 등 반응이 좋았죠. 그래서 완전히 거기로 전향했습니다.

김: 저는 아이디어를 노트에 수두룩하게 적어놓고 일단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편이에요. 예전에 만든 랜덤채팅이나 연예인 퀴즈 맞추기 어플들은 썩 잘 되지 않았어요. 사실 ‘좀비고’도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면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잘 돼서 여기까지 왔죠.

기자: 인기 어플들이 탄생하기까지 그런 우여곡절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스마트폰 어플 시장은 포화상태라고들 하잖아요. 비슷한 어플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하셨나요?

김: 요즘 스마트폰 게임들은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단 말이에요. 저는 이런 거 없이 플레이어 모두 동등한 조건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은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모든 수익을 광고에서만 얻도록 한 ‘좀비고’가 호응이 좋았어요. 이제 사용자들도 유료 아이템을 내놓지 말아달라고들 하는 걸 보면 제 생각이 잘 먹혀들어간 것 같아요.

이: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미팅에 나갔다가 배경화면에 아이돌 사진이 뜨면 서로 민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평소엔 다른 화면으로 아이돌 사진을 가릴 수 있게 하는 ‘일반인 코스프레’, 즉 ‘일코’ 기능을 넣었는데 사용자들이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지금도 사용자들과 소통을 위해 메일이나 문의가 오면 한 시간 내에 답장해주고 있어요.

기자: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준 덕에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대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병행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 의외로 창업을 할 돈을 마련하기는 쉬워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나 경진대회로 종잣돈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결과물을 완성한 다음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수익을 내는 거에요. 뭔가 결과물을 내놨다는 기쁨에 취해 스스로 사업을 지속시킬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회원은 몇만 명씩 들어오는데, 이걸로 돈을 모으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김: 저도 공감해요. 좋아하는 게임을 아무리 만들어도 그게 반드시 수익을 낼 수는 없거든요. 시작은 재미로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내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기 마련이에요. 다운로드는 100만 명을 넘어갔고 매일 메일이 쏟아지는데 혼자서는 일일이 답변할 수 없고…. 어떤 책도 해결법을 말해주지 않으니 직접 부딪혀야 돼요.

기자: 많은 학생들이 어플 제작에 뛰어들고 있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텐데요. 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 마크 주커버그가 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 한 것처럼 일단 뭔가 하는 게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봐요.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늘 당장 만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를 하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고 고쳐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깨달을 수 있거든요. 저는 ‘해보세요, 일단 해보세요’라고 답할 것 같네요.

이: 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완벽하게 기획하는 것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같은 대기업의 방식이죠.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바로 올리고 바로 고치는 것, 이건 대기업이 아닌 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냥 무조건 해보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기자: 두 분 다 일단 시작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김: 지금 운영 중인 ‘좀비고’에서 좋은 서비스를 많이 추가할 거에요. 집에서 쉬는 순간에도 코딩을 하면서 말이죠. 그냥, 뭐든지 필요하다면 계속 만들 겁니다.

이: 잠금 화면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도 많아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잠금 화면이라는 통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진열 씨는 회의가 있었고 김원배 씨도 돌아가자마자 코딩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엔 한 시간으로는 부족했다는 듯 아쉬운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 같았던 둘은 번호를 교환하며 조만간 만나자고 인사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향해 다시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청년의 뒷모습에선 빛이 났다. 그들이 다음엔 어떤 아이디어로 즐거움을 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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