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 7% 이상)에서 고령사회(14% 이상)로 급격하게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정년퇴직에 접어든 만큼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지난달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미래포럼이 마련한 ‘고령사회, 행복한 일자리 상상’ 포럼이 열렸다. 이는 퇴직 후 여전히 일자리가 필요한 시니어 세대(50대 이상)를 위해 정부, 민간 및 시니어의 시각에서 효과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시니어 일자리 정책이 부처별로 중복되는 경향이 있고, 정부가 고시한 단순직종에 머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등 여러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공공 영역에서의 단순 노무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가 있다. 민간부문 일자리 역시 퇴직자의 경력에 기초한 재취업이라기보다는 구인기업의 요구에 맞는 저임금, 단기간의 파트타임 일자리에 한정된 상황이다.

정 센터장은 공·사 협력체계를 통해 시니어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며, 해외 사례로 ‘연령 관리(Age Management)’를 소개했다. 연령 관리는 건강과 숙련, 동기 등 장년층이 처한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 이에 맞도록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경영 전략이다. 지난해 독일의 자동차 기업 BMW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조립라인과 생산라인을 47세(2017년 예상 근로자 평균연령)에 맞게 재설계해 시범적으로 가동했다. 일각에선 ‘연금자 라인’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연간 생산성 7% 향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 주목을 받았다.

공공부문에서는 정책 위주로 일자리 해법이 마련되는 반면, 민간부문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봉사활동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제시됐다. 사회연대은행 박상금 이사는 재취업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은퇴자에게 체계적인 창업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실업이 부각되는 상황에서도 시니어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는 시니어에게 알맞은 일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라며 “시니어 적합형 일자리 분야를 집중 발굴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례발표를 맡은 유한킴벌리 손승우 대외협력본부장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하나의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보자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손 본부장이 제안한 발상의 전환은 중년·노년층을 ‘액티브(active)’한 이미지로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시니어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액티브 시니어 CSV(Creating Shared Value)모델’을 고안했다. 시니어 CSV는 소기업의 육성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신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는 경영 모델이다. 유한킴벌리는 CSV모델을 통해 지난해 12개의 소기업을 발굴했으며, 올해는 22개를 육성해 13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손 본부장은 “아직 작은 규모지만 민간 기업으로서는 첫걸음마를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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