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조합시다.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합시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껴왔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 전국여성연대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시민촛불원탁회의)’가 주최한 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시민촛불원탁회의는 전국 154개 장소에서 촛불 추모제를 열고 있으며, 이날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앞으로 매일 저녁 7시 서울지역 28개 장소에서 촛불 추모제를 열 것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전교조 회원들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연사로 나선 한 교사는 “수업이 되긴 되나요?”라며 한숨을 내쉬고 학생과 교사가 입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했다. 이어서 연사로 나선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책임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선생님 같은 선생님들이 계신다”며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가한 여러 단체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집회를 연 뒤 청계광장의 추모제에 합류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어른들이 잘못이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홍대입구역에서 침묵 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침몰을 걱정하는 청년 모임’의 학생들도 청계광장에 도착해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달 23일 경찰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위한 추모 행진에 도로교통법상 ‘주요 도로’라는 이유로 금지 통보를 했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같은 날 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5일만에 받아들여져, 이날 곳곳에서 추모제를 연 여러 단체들은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할 수 있었다.

추모행사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과 선생님이 한 자리에서 만나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추모제에서 자유발언을 한 많은 시민들은 ‘어른이어서 부끄럽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나라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구조적 병폐에 대해 전교조 조합원인 이원철 교사는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가 드러났다”며 “정부가 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보면 총체적인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추모제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최종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으로 모아졌다. 시민촛불원탁회의는 호소문에서 “민심 수습용 꼬리 자르기 정치쇼를 규탄한다”며 박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사고발생 후 13일 지난 뒤에야 나온 박 대통령의 뒤늦은 ‘간접 사과’에 대해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더해 박 대통령의 안산 합동분향소 조문에 대한 청와대의 연출 의혹까지 제기되자 연사로 나선 한 시민은 “조문까지 조작하는 어처구니없는 정부”라며 분노했고, 많은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사퇴하라”며 호응했다.

시민촛불원탁회의는 연휴가 끝난 10일에 10만 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자고 서울시민들에게 제안했다. 서울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침몰한 대한민국의 구조에 모두 함께 일어서기를 절박하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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