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흘렀다. 정확한 탑승자 수, 사고 발생 전후의 상황, 침몰 원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하게 규명되고 있지 않다. 민간합동 태스크포스의 추정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이 안전규정을 무시한 것이 침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을 청해진해운 단독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재열 교수(사회학과)는 이번 일을 ‘오랜 기간에 거쳐 형성된 여러 원인이 겹쳐 일어난 숙성형 사고(Incubated Accident)’라고 규정했다. 사전 관리 부실, 구조 대책 부족 등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것이다. 사전 관리와 구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와 관계기관 등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이유다.

사고 발생 3주가 지난 지금도, 대부분 언론이 세월호 관련 보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 중 상당수는 사건의 본질 규명이란 기본적인 역할 수행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정보를 종합해 이번 사고가 참사로 번지게 된 근본 원인을 분석했다.

사고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객실 증설로 줄어든 화물 선적량을 상쇄하기 위한 선박 평형수 배출 문제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으로 인한 선체 복원력 상실 △조종 미숙으로 인한 무리한 변침 등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청해진해운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조치, 관계부처의 담합과 비리 등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는 이명박정부에서 시작돼 현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양 관련 규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명박정부 당시 국토해양부는 기업 비용 감소를 위한 행정규제 개선 조치를 추진했다. 94건의 행정규제 개선 과제에 ‘20년으로 획일화된 여객선 선령 제한 완화’를 포함시키고, 기업 비용 연간 200억 원 절감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1월, 국토해양부는 “선령과 해양사고는 직접적으로 무관하며, 대부분 국가에 선령 제한이 없다”는 자체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대 30년까지로 선박 운항 수명을 늘렸다.

선박의 운항 수명 규제 완화 이후 노후선박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한국해운조합이 발간한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여객선 217척 중 선령 20년 이상인 여객선이 67척(30.9%)에 달한다. 규제 완화 이전인 2008년 연안여객선 166척 중 12척(7.2%)만이 선령 20년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가 노후선박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 역시 1994년 일본에서 건조돼 18년간 운영되다 2012년 국내에 수입된 선령 20년의 노후선박이다.

해양산업 규제 완화 기조는 박근혜정부에서도 이어져 왔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박근혜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해양산업과 관련된 60여 개의 ‘규제개혁 추진자료’(추진자료)를 만들고 업무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직접 시행령과 규칙을 바꾸는 방법으로 선장의 안전점검 의무 면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한편 여객선에 대한 관리·감독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해수부와 그 관계기관인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의 담합이 참사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은 선박의 운항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선박 선령이 높아져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 안전검사를 강화해 이에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소속 선사의 이익을 위해 2006년부터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수차례 정부에 요구해 온 이들 단체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부실한 검사는 세월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가 중량 한도를 초과하는 화물을 선적했고, 컨테이너의 결박 상태도 부실했지만 한국해운조합은 엉터리로 작성된 보고서만 믿고 세월호의 출항을 승인했다. 한국선급 역시 세월호가 화물 탑재량과 승선 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증·개축을 허가해줬다. 구명정이나 선박 평형수 탱크 점검에서도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고 당일 구명정 46개 중 1개만 정상작동 됐으며,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가라앉았던 구명정이 펼쳐져 바다로 떠올랐다.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이유는 해수부 출신 고위 관료, 이른바 ‘해피아’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중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곳은 총 11곳이다. 한국선급도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역대 12명의 이사장 중 8명이 정부 관료 출신으로 해양 관련 대부분 기관은 해수부 출신 관료에 의해 ‘사실상 점령’되어 있는 상황이다.

해수부 출신이 해수부 산하기관의 장을 맡고 있다 보니, 해수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관예우 문화가 만연해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신들과 함께 일한 상관 또는 동료가 산하 기관장으로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업무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관들도 대부분 해양 전문 지식이 부족한 외부 인사가 등용되어 해피아에 대한 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 권오인 팀장은 “매번 사고가 나더라도 관리 주체인 공무원은 책임을 거의 안 지도록 돼 있다”며 “정부에서 강도 높은 제한을 둬 공무원 출신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공무원의 재취업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책임자 없는 구조작업, 혼선만 불러와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해피아의 업무 방만 행태는 세월호의 침몰을 야기했다. 그러나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해경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300여 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

현행 수난구호법은 해상에서 선박이나 항공기 등의 조난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양경찰청이 ‘긴급구조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6천 톤 급 대형 여객선인 세월호 사고는 대형 해상사고이기 때문에 해양경찰청장이 중앙구조본부장의 역할을 맡아 사고 수습을 지휘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일 해경의 대응을 바라보면 해경을 ‘긴급’ 구조기관이라 할 수 없었다. 사고 발생일인 16일 오전 8시 58분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해경 당직함은 9시 20분에야 출동했다. 세월호에 도착한 이후에도 선체 내부에 진입해 승객에게 탈출을 지시하거나 구조하는 등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구조된 인원 중 절반 이상인 90여 명은 해경이 아닌 어업지도선 단정 2척과 민간어선이 구조했다.

이후 이뤄진 정부의 대응 역시 정상적이라 할 수 없었다. 현행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는 대통령과 총리 아래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만들고,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해 즉시 재난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중대본은 사고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설치되었고, 사고 수습의 책임자를 지정하기는커녕 가장 기본인 인명피해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중대본은 사고 당일 구조 상황을 몇 번이나 번복했으며, 서해해양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에서 각기 다른 현장 상황과 피해 집계 보고가 이뤄지는 등 중대본은 ‘컨트롤 타워’로서 통제력을 보이지 못했다.

정부는 사고 발생 첫날 해수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가 다시 안전행정부의 중대본을 가동했고, 혼란이 계속되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진도군청에 설치했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이뤄진 일이다.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 대다수는 새로운 기관의 설치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재은 교수(충북대 행정학과)도 지난달 25일 열린 ‘국가위기관리학회 2014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중앙정부 중심의 조직 개편이 논의되고 있지만, 중앙 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과 조직, 인력은 이미 충분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박정은 협동사무처장 역시 “국가안전처 신설 등 시스템의 변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안전에 대한 정부 인식이 전환되고, 정부의 원칙이 변화돼야 한다”고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정부의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는 국가안보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중대본 등을 거쳐 시·군·구, 현장까지 이어지며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재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체계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 종합훈련인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현장실전훈련 중심이 아닌 토론 기반 훈련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은 이 교수의 비판이 옳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정책학회의 ‘안전한국훈련 인지도 제고 및 종합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그나마 운영되는 현장실전훈련도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유로 토론을 통해 만든 시나리오를 보여주기 위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8월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2.5%의 공무원이 재난대응 전문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기본적인 재난대응 교육이라도 이뤄졌다면, 비극의 정도를 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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