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원회가 학내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정체성 및 발전방향 연구’에서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법인화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법인화 법이 시행된 지 2년 3개월이 넘었지만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에 대한 정체성 확보와 방향 설정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평의원회에서 내부 의원과 학내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연구진을 꾸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학내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평의원회는 법인화에 대한 내·외부의 시각을 이해하고, 미래 방향 설정을 위해 이를 기획했다. 연구를 이끈 국양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총장선거를 기점으로 법인화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신임 총장이 서울대를 이끌어나가는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평의원회 연구진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전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답변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 직원, 학생 총 92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전수 여론조사에는 400여 명이 응답했다. 이와 동시에 공무원, 언론인, 기업 경영인, 공공단체 경영인, 문화 예술인, 동창회 간부 등 외부 전문가 150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를 다시 전문가들에게 보내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면서 평가를 집약하는 방법)를 실시했다. 델파이 조사는 1차 조사에서 52명, 2차 조사에서 37명, 3차 조사에서 31명이 응했다.

▲ 그래픽: 강동석 기자 tbag@snu.kr

여론조사에 응답한 교직원 중 56%는 법인화 자체에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화에 회의적이며 법인화법의 수정 등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29%)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법인화는 필요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원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27%)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2009년 법인화위원회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법인화 관련 설문조사에서 법인화를 통해 서울대 장기발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46.7%)이 지배적이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교직원의 79%가 불만을 나타냈다. 이사 5인과 학내인사 2인이 이사초빙위원회를 구성하는 현 이사회 제도에 대해 내부 추천 인원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2%였으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이사추천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27%로 뒤를 이었다. 30인의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선출한 후 이사회가 1인을 선임해 정부에 추천하는 현재 총장 선임 방식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8%가 내부 구성원의 의사가 더 반영되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위상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외부 전문가 90%는 서울대에 대해 '국내에서는 최고의 지성이지만 국제적으로 비교 우위가 없다'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서울대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 혁신을 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항목에 74%가 동의했다.

한편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발전에 대한 학내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 사이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학내 구성원은 재정 확충, 교육 개혁, 제도 개선 등을 꼽았으나, 외부 전문가들은 기초 학문교육 및 연구 증진, 우수 학생 확보와 학생 선발 다양성 확보, 국제화 교육 강화 등을 꼽았다. 심층 면접 조사에서 한 교수는 “안정적이고 풍부한 재정 확보를 통해 교육 및 연구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한 외부 전문가는 “기초학문 연구 지원과 함께 기초과학·인문학 분야에서 질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해서 학내 구성원은 ‘국가로부터 지원 확보 노력’과 ‘제도 개혁을 통한 지출 효율화’를 강조한 반면 외부 전문가는 ‘재정 확충을 위한 정당성 확보’와 ‘기부금 증대와 이를 감독하기 위한 기구의 설립’을 강조했다. 또 서울대가 사회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학내 구성원은 ‘우리나라의 미래 방향 제시’를 꼽은 반면, 외부 전문가는 ‘미래형 리더로서의 봉사’를 꼽아 봉사 기능이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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