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생활용품, 중고 책, 중고 자동차…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고물품을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엔 친척이나 친구 등을 통해 중고거래가 이뤄졌다. 한편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낯선 사람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만큼 여러 문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환불 기준 등과 같이 책임에 대해 알기 쉬운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례1: 공대 안수영 씨(가명, 22세)는 DSLR 카메라를 구매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했다. 안 씨가 카메라의 상태에 대해 물어보자 판매자는 “3년 전에 샀으나 몇 번 사용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1주일 뒤 택배를 통해 카메라를 받아 본 안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셔터 버튼은 파손돼 잘 눌러지지 않았고 모서리가 깨져있을 뿐만 아니라 겉 표면에 무수한 흠집이 나 있었다. 화가 난 안 씨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미 팔았는데 이제 와서 어쩌라는 거냐”며 판매자는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사례2: 경제학부 장민하 씨(가명, 20세)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평소 원했던 아이패드가 중고 시세로 올라온 것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다. 곧바로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 뒤 만족스럽게 사용하던 중, 1주일이 지나서 경찰서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 물건이 장물이기 때문에 경찰서로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전화였다. 장 씨는 아이패드를 몰수당할 뿐만 아니라 장물취득죄로 처벌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례3: 직장인 신희웅 씨(가명, 28세)는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수박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수박을 2통 구매하기로 했다. 신 씨는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했고 판매자는 신 씨에게 수박을 택배로 부쳤지만 수박이 배송 중 사고로 인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신 씨는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판매자는 이미 수박을 보냈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고로 구매를 했는데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중고거래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라는 점에서 소비자보호법, 전자상거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민법의 적용을 받는다. 물건을 샀지만 그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하자담보책임이란 민법 제580조에 따라 구매자가 물건의 하자를 알지 못했고, 그 하자로 인해 구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구매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구매자가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것을 이미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없다.

일반적인 중고거래의 경우 물건에 어느 정도의 하자가 있을 가능성을 구매자가 감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신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해보자. 셔터가 파손돼 잘 눌러지지 않아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불편이 따를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이 있다. 아무리 중고라도 그 물건 고유의 기능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셔터의 하자가 카메라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면, 구매자는 환불을 요청할 수는 없고 단지 수리비 정도의 손해배상만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판매자가 하자의 존재를 미리 고지하였다거나 하자의 정도가 액정 부분에 흠집이 있다는 사소한 정도라면 어떨까. 그 경우에는 구매자가 하자의 존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판매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구매자는 이러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판매자와 직접 만나 물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직거래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다.

한편 판매자는 “몇 번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판매자의 행동은 사기죄에 해당할까?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의하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망에는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 그럼 ‘중요하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그 사실이 중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판매자가 카메라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파손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고지하지 못한 경우라면 사기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중고로 구매한 물건이 장물인 경우=내가 구매한 물건이 장물이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으면 누구나 당황하기 쉽다. 장물은 몰수 대상이며 동시에 장물취득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취득했고 해당 물건이 장물인 줄 몰랐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칙적으로 도난품의 경우 원소유자는 절도범에게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장물인지 모르고 취득한 현 점유자에게는 분실 후 2년까지 물건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민법 제251조에 따르면 물건이 도난품인지 모르고 공개시장에서 구매한 경우 원소유자는 그 매매 가격을 변상해야만 물건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구매 및 판매 글이 공개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는 공개시장에 포함되기 때문에 장 씨는 아이패드를 몰수당하지 않는다.

장물취득죄는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장물인지 모르고 취득, 양도 등을 했을 경우에는 장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 양은 장물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장 씨가 처음부터 장물인 것을 알고서 아이패드를 구매한 경우에는 꼼짝없이 원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할 뿐만 아니라 장물취득죄로 처벌받게 된다.

만약 물건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장물임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장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미필적 고의란 ‘장물이어도 상관없다’와 같이 범죄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이를 인용하는 경우를 말하며, 고의로 장물죄를 범한 경우와 동일하게 간주된다. 때문에 판매자가 장물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물건을 싸게 파는 경우에는 일단 의심을 하고 주의의무를 다해야만 장물죄를 면할 수 있다.

◇물건이 배송 중 사고로 못쓰게 된 경우=구매자가 돈을 입금했으면 판매자는 수박 2통을 신 씨의 집까지 안전하게 배송해주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만약 판매자가 택배를 이용했고 택배 기사의 과실로 수박이 손상되었다면 판매자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왜냐하면 판매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택배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택배 기사의 과실은 판매자의 과실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씨는 환불을 요청하거나, 다른 수박의 배송을 요구할 수 있다. 구매자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고 판매자가 택배회사로부터 배상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배송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신 씨가 부재중이어서 그 수령을 지체하는 사이에 수박이 파손됐다면 이때는 신 씨가 책임을 진다. 따라서 새로운 수박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는 없다.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감수: 인권센터 이정국 변호사 thoma2@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