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비판적이어야만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한때 『대학신문』 기자생활을 했던 필자로서 생각하는 『대학신문』이 지향해야 할 것은 기존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얻어지는 ‘진보’가 아니라 우리가 향해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의 제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견지에서 2014년 5월 19일자 『대학신문』의 기획 기사인 ‘고리 1호 영감도 언젠가 눈을 감는다’를 읽는 것이 다소 불편했다. 이 기사에서 제시한 주장들은 반핵단체의 주장과 같이 편파적으로 느껴졌고, 그에 대한 근거는 논리적 뒷받침이 아닌 그럴 듯해 보이는 전문적 사실의 나열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신화는 없다’의 문단에서 말하고 있는 스리마일 섬(TMI) 원전사고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전사고의 전형적인 과정’을 따르지 않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진행 경과가 ‘원전사고의 전형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는 흑연 감속재를 사용해 존재하는 내재적 위험성 때문에 핵연료의 반응도를 제어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이고, 가장 치명적인 경과는 수소폭발이 아닌, 증기폭발과 흑연의 화재로 인한 원전 기기의 손상 및 방사능의 유출이었다. 또한 TMI 원전사고 역시 수소폭발은 일어나긴 했으나, 원자로 격납건물에 손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해, 격납건물 손상에 따른 방사능 유출로 사건이 확대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원자로는 TMI 원전과 같은 가압경수로이며,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역설적으로 수소폭발 시 원전 격납건물의 건전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냉각 실패가 우리나라 원전에도 일어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원전과 같은 유형인 TMI 원전에서도 사고가 난 적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논리적 관계없이 여러 사실을 한 데 몰아넣은 것에 불과하다.

또한, 기사에서 설계수명이 만료한 원전에 대해 폐로조치하기로 했던 원전을 연장시킨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설명이다. 설계수명이란 원전을 설계할 때 설립하는 일종의 원전의 설계 목표이며, 설계수명의 만료는 폐로가 아니라 인허가 기간의 만료를 의미한다. 설계수명 이후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해당 원전은 운전 인허가를 받아 운전을 계속한다. 원전의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기기들의 건전성이고,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기준을 따라 해당 기기들의 건전성을 판단한다. 지식에 기반하여 결정하는 계속 운전을 ‘설계수명’이나 ‘빈 공간이 없는 컵’과 같은 레토릭으로 반대하는 것은 적어도 『대학신문』에서 실릴 만한 내용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개발 중인’ 재처리 방법이나 고속 증식로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근거로 방사성 폐기물의 대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너무나 단편적이고 편파적인 판단이다. 원자력 발전은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과 경제에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는 에너지원이며, 원자력 발전의 지속 여부는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다. 이런 원자력 발전을 마치 ‘부조리’로 미리 선을 긋고,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혼란과 갈등만 야기할 뿐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최소한 『대학신문』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조금 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담론을 제시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신동호
원자핵공학과·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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