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애인과 예술 ④ 장애인 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

 장애인 극단부터 영화감독까지. 우리 주변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예술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활하게 예술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선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장애예술인들에게 예술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물어봤다.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많은 장애예술인들은 사회에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은 고려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애인예술극단 ‘휠’의 송정아 대표는 “실제로 휠체어를 쓰는 배우들이 연습하고 공연할 공간을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자유롭게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로 인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대비용을 장애인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목발, 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구를 싣고 가느라 발생하는 이동비가 있다. 부천장애인합창단의 황영택 대표는 “행사 측에서 초기에 예산을 책정할 때 이동비를 고려하지 않았고 이동비 관련 문제를 들은 뒤 공연 요청이 갑자기 취소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애를 능력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편견이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탔다고 해서 노래를 못하지 않듯이 그들이 갖는 장애가 예술을 하는 데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처럼 직접적인 불편함이 있어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예술인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를 가졌다고 예술적인 전문성도 떨어질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호소한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장 대관, 예술 프로젝트 등이 거절당하기도 한다. 이상재 교수(나사렛대 관현악과)가 이끌고 있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드라마의 OST를 연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의 음악 담당자가 시각장애인은 악보를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이상재 교수는 모든 악보를 외워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OST사업은 결국 다른 팀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상재 교수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에 ‘장애’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줄로 아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족하기만 한 기회=많은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장애예술인의 상황은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2012년 10개 분야의 총 2천여 명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예술인의 경우 전체의 40.5%가 월 평균 150만 원 이하, 23.4%가 301만 원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예술인은 절반을 넘는 67.9%가 150만 원 이하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답했으며 수입이 301만 원 이상인 비율은 9.5%에 불과했다.

이들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장애 문화 예술 향수 지원사업’ 하나 뿐이다. 황영택 대표는 “하나의 지원사업만으로 행사에 필요한 모든 금액을 모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장애인 팀의 경우 다른 여러 지원사업에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애예술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원사업의 규모를 늘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해외에선 장애인에 대한 예술지원정책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을까. 2007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 방안’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편의시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예술 및 창작 활동에도 상당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VSA art’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자, 부모, 비장애인 예술가들에게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장애인의 예술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민들레 집’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년 단위로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장애예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지원금을 받는 장애예술인들은 6개월에 한 번씩 활동 경과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정부기관과 함께 논의한다. 이를 통해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간의 지원금으로 원활한 예술활동이 가능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우리나라도 조금씩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는 10월까지 종로구에 장애예술인을 위한 ‘장애인문화예술센터’를 착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간에는 스튜디오, 상설 상영전시 공간, 장애 예술 지원을 위한 사무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센터 내에 장애예술인을 위한 공연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 등이 지적돼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 또한 점차 세분화되는 추세다. 장애인의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고에서 출연하는 ‘장애인 문화 예술 향수 지원사업’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 등 장애인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예술 향유 지원사업’, 아마추어 문화예술팀을 위한 ‘장애인 문화예술 동호회 활동 지원사업’,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단체를 위한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별 집중육성 지원사업’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일부 항목엔 장애인을 공연 대상으로 한 비장애 예술인도 지원할 수 있다. 이상재 교수는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순수하게 장애예술인만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예술 활동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은 멀다. 장애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활동 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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