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총협의회 김두현 회장

1 : 0.1 : 0은 무엇을 나타내는 비율일까? 과거 직선이었던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서울대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 1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투표권의 비율이다. 물론 서울대가 법인화 되면서 총장 직선제는 폐지되었지만, 서울대의 행정과 주요 의사 결정에 학생 참여가 배제되고 직원 참여가 제한적인 상황은 변함이 없다. 법인화 이후에도 구성원의 권한 비율은 별다른 변화 없이 서울대 곳곳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학내 심의기구인 평의원회는 서울대 정관에 따라 46명 이내의 교원과 5명 이내의 직원으로 구성되나 학생은 없다. 또한 지난 2월에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의 위원 중 평의원회가 추천한 19명의 학내 인사는 교원 17명, 직원 2명, 학생 0명이었다. 마찬가지로 4월 25일에 구성된 총장 후보 정책평가단 244명도 교원 220명, 직원 24명, 학생 0명이었다. 우리 대학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것을 판단하는 기구의 구성원 비율이 1 : 0.1 : 0인 사실은 우연의 일치인가?


학생들이 아무리 좋은 정책 제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학내 의사 결정 구조 하에서는 학교 당국과 논의를 시작하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제한된 소통 창구를 통하여 수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느니 차라리 외부 언론에 호소하거나 시위와 점거와 같은 강제적 수단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동안 학교에 수학하다가 떠나는 학생들과 수십 년 학교 교육과 연구에 몸담고 계시는 교원 사이에 판단의 깊이가 다를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구분된 역할이 주어진 구성원들의 결합 공동체임을 생각한다면, ‘학생은 0’이라는 현재의 권한 구조는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생활협동조합 김재원 대학원생 이사가 지적한 ‘학생들러리권’(『대학신문』 2014년 5월 4일자)은 비단 생협 이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흥캠퍼스 대화협의회, 등록금심의위원회,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장학복지위원회 등 학생이 학교 공식 기구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구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학교 전체의 문제다. ①위원으로서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②학생위원의 안건을 상정 거부하거나 또는 학교 안건과 섞기도 하며 ③때로는 학생위원의 의견이 학교 당국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 예컨대 시흥캠퍼스 대화협의회에서도 학생위원의 안건 상정이 거부된 적이 있고, 학생위원이 회의 속기록을 열람하려면 보직교수의 동석 하에 가능하다(물론 이는 기획처 담당자의 주장일 뿐이지만). 그 외에도 지면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참담한 일들이 서울대 회의 기구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다. 본부가 대내외적으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학생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낯 뜨거운 사례들이다.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말은 90년대에도 있었다. 그동안의 주된 처방은 학생 자치 기반의 복원이었다. 이제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학교 행정의 주체로 자리 매김될 수 있는 노력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마침 김춘진, 정진후 국회의원이 서울대 거버넌스 변화를 위한 서울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이에 대해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서울대 권한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총장 후보자 연설에 진심 어린 학생 공약이 담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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