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실태와 법·제도적 보호방안

오후 1시에 출근해 눈코 뜰 새 없이 준비하다 보면 벌써 2시 수업 시작이다. 곧 아이들이 들이닥친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의 간식을 만들고 숙제를 봐주다 보면 화장실에 갈 틈도 없다. 격무에 시달리다 어느덧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됐지만,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아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업 전후의 시간은 근무시간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루 3시간으로 규정된 짧은 근로시간을 넘기면 사용자가 이들에게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인 ‘초단시간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등학교 돌봄교사’가 처한 근로상황이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하루에 2~3시간씩이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실제 노동현장의 상황은 이러한 도입 목적을 실현하기에 터무니없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실태와 법·제도적 보호방안’ 토론회가 지난 22일(목)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비정규전략본부와 여성위원회가 함께 주관한 이 토론회는 3명의 발제자와 4명의 지정토론자가 초단시간 일자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법·제도적 보호방안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노동자가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 때문에 단시간 근로를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자 배동산 정책국장(학교비정규직본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와는 달리 △퇴직급여 △4대 보험 △유급주휴일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된다. 사용자는 이 점을 악용해 노동자에게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한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을 10분 조정해 근무시간을 14시간 50분으로 맞춘 ‘10분 근로계약서’라는 꼼수가 등장할 정도다. 현행 악조건에서는 초등학교 돌봄교사가 좀 더 긴 근로계약을 원하더라도 학교에서는 허락해주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초단시간 일자리의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발제자 김근주 전문연구원(한양대 소수자인권센터)은 박근혜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도입 이유부터 문제점까지 자세히 검토했다. 우선 초단시간 일자리는 노동자의 입장에선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측면에선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일자리가 복지혜택 제공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이런 장점들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않다. 김 연구원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위해 초단시간 근로를 확대하는 정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 도재형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정부가 단시간 근로를 무작정 확대하기에 앞서 초단시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교수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근로시간으로 단시간노동자 여부를 판단할 것을 제안했다.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초단시간 노동자로 분류되는 초등 돌봄교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어서 도 교수는 초단시간 노동자도 각종 복지 혜택을 다른 노동자와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배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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