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독이나 제작자 갖고 있는 지식, 인식, 이데올로기적 관점 등에 따라 선택한 요소들로 제작되므로 필연적으로 현실의 특정한 부분만을 드러낼 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을 다뤄질 때도 미국의 현실 인식과 사회적 상황이 반영된다. 이에 『대학신문』은 할리우드에서 북한이 어떤 배경 속에서 등장했으며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당신은 북한 측 첩자입니까?(Are you aligned with North Koreans?)”이 대사가 어떤 영화에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가? 무려 짐 캐리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 「예스맨」(2008) 속의 대사다. 주인공 앨런은 한국어를 배웠다는 정황으로 경찰에게 취조받는다. 특선영화로 유명한 「나 홀로 집에」3탄에서는 북한이 장난감에 들어간 중요한 미사일 칩을 가져가려는 배후로 등장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북한은 산발적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해왔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할리우드 영화 관객들에게도 꽤나 통하는 소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첩보 영화 「007 시리즈」는 20번째 작품에서 2002년 북한을 주적으로 다뤄 개봉 전부터 상당히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첫 주 수입만 7천4십만 달러를 벌어들여서 ‘북한’이라는 소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점거하는 「백악관 최후의 날」도 2013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1억 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북한이 할리우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좁게는 북미, 넓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업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의 특성상 북한이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회적 상황이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선 미국과 북한의 관계, 국제 사회의 변화를 연관지어볼 필요가 있다.

1. 전쟁 속 밀월 관계, 실험의 장

 

미국 정부가 여론을 조성하고 국민 의식을 통합하는 수단으로 영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역사는 북한이 등장하기 전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화는 국민들이 즐겁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 중 하나이며, 선전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첩보 업무를 위해 창설된 전시정보국은 할리우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전쟁 문제를 다루도록 지시했다.

전쟁을 거치며 미국 정부와 할리우드 사이엔 일종의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전시정보국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전을 독려하고자 했고, ‘세계를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로 양분하고, 자유와 민주를 상징하는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미국은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서를 할리우드에 보냈다. 할리우드도 자체적으로 검열을 거치며 군이 원하는 전쟁과 병사의 모습을 영화에 재현했다. 군으로부터 소품, 촬영 장소 등을 제공받아 극의 사실성을 높이면서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락사무소가 설치되기 전부터 할리우드는 전투, 파괴 공작, 국제관계 등을 다룬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는 총 213편에 달한다.

약 5년 후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영화를 다시 활용한다. 파시즘을 물리친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군대를 재소집해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를 위해 ‘치안활동(police action)’을 하려면 이에 걸맞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쟁 발발 직후 트루먼 대통령은 영화 제작자에게 “당신들이야말로 진실을 전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협조를 구했다.

이에 한반도라는 실험의 장에서 할리우드는 북한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에 악당의 이미지를 씌우는 일련의 반공영화를 기획한다. 파시즘을 몰아낼 때 사용된 이분법은 공산주의를 사악한 전체주의로, 미국은 이에 맞서 자유를 수호하는 경찰국가로 규정하는 데 재활용된다. 가령 북한군은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전체주의자이거나(「I Want You」, 1951) 서울 도심을 폭격해 민간인을 죽이거나(「One Minute to Zero」, 1952), 포로를 잔인하게 학대하는(「Flight Nurse」, 1953)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미군은 피난민을 치료하거나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인도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북한은 ‘단순한 적’ 이상이 아닌 희미한 존재로 등장할 뿐이며, 종종 문화적으로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Manchurian Candidate」(1962)에서 북한군 첩자는 소련의 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일원으로만 묘사된다. 다른 영화에서도 중국의 전통 복장을 착용하거나, 베트남의 전통 가옥과 지역이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1950년대 한반도에서 시민들이 갓을 쓰고 다니는 등 현실과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다반사다.

휴전회담이 끝나자 한국전쟁을 다루는 영화는 급감했고 북한의 출연 기회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미국 대중들은 한국전쟁에 호의적이지 않았던데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1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반전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전쟁은 일부 상이군인이나 유가족만 기억하는 ‘잊힌 전쟁(The Forgotten War)’이 됐고 할리우드도 북한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2. 약방의 감초로 부활하다

 

90년대 들어 공산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해체 또는 개방되고, 걸프 전쟁이 발발하면서 할리우드는 다른 적을 필요로 했다. 이 와중에 북한은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사찰 거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논란으로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며 다시 ‘적’으로 캐스팅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90년대 이후부터 걸프 전쟁과 구소련 해체가 맞물리면서 구소련을 적으로 다룬 영화의 수효가 조금 줄어들고 그 자리를 중동 국가들이 채웠으며 북한을 주적으로 다루는 영화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할리우드는 북한을 몰락한 공산권 국가들처럼 사악한 음모를 꾸미거나 대량살상무기를 몰래 개발하는 국가로 묘사한다. 「나 홀로 집에 3」(1997)에서 FBI 요원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테러집단이 미국 방위성의 기밀이 담긴 전자 장치를 탈취했다고 통보하고, 한 북한 남자가 테러리스트에게 전화로 사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Dead Men Can't Dance」(1997)에선 미국의 특수부대가 핵무기 부품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잠입한다.

또 90년 이전과 달리 이 시기 영화는 북한이 전쟁, 첩보 이외의 장르에서도 극을 이끄는 동기 중 하나로 활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괴수 영화 「스폰」(1997)에서 특수 요원인 주인공이 살해당해 흉측한 괴물로 부활하는 장소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장이다. 「Murder at 1600」(1997)에선 미군을 납치한 북한에 대해 작전을 펼치지 않는 대통령을 사임시키려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에서 살인 사건을 사주한다.

첩보 액션 영화 「아트 오브 워」(2000)는 이 시기 미국 영화계가 어떻게 북한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도입부엔 중국이 새 천년을 맞아 미국에 개방을 추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해체된 냉전 질서와 이를 주도하는 미국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유엔 구호 기금을 전용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함께 미사일 개발을 하는 테러 국가로 그려진다. 1990년대 말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다만 90년대 말까지도 북한의 비중은 어디까지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도입부나 특정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거나 언급만 되는 경우도 있다. 허남웅 평론가는 “미국은 스스로를 세계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미국이 강력한 국가라는 점을 알린다”며 “이를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은 단순히 미국의 적으로 등장할 뿐 자세하게 묘사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영화 속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질서에서 얼굴도 내밀지 못한다. 「아트 오브 워」에서 한반도의 ‘평화 협정(peace negotiation)’을 위해 북한을 뉴욕의 유엔 본부로 이끌고 설득하는 주체는 미국인 유엔 사무총장이다. ‘남한(South Korea)’은 언급도 없고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문화적 인지 차원에서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북한이란 나라의 이미지에 더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은 북한과 대적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란 인식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3. 특급 악당을 막아라

 

냉전이 종식된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자 세계 경찰이었던 미국의 지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2001년 9월 11일 ‘일개 범죄 집단’에게 탈취당한 민항기로 본토가 테러당한 것이다. 이에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은 그 해 9월 20일 ‘테러와의 전쟁’을 압도적인 지지 속에 선언하고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다. 미국 정부는 안으로는 이른바 ‘애국법(PATRIOT Act)’을 만들어 사법 집행기관의 감시권한을 확대했고 밖으로는 각 국가별 정상회담을 비롯해 G8, 마드리드회담,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 등을 통해 반테러 연대를 공고히 했다.

미국 영화계도 높아지는 반테러 분위기를 반영해 자국의 잠재적 적들을 강도 높게 적대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걸프전을 계기로 오랫동안 중동을 적으로 다룬 데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형성된 반전 여론을 의식해 아랍인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경향은 오히려 줄었다. 반면 악의 축의 일원인 북한은 점차 현실의 적대국가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로 부각되면서 이전까진 별달리 설정되진 않던 북한이 서서히 설정 단계 안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경향은 존재한다”고 시사했다.

테러가 발생한 지 1년 만에 제작된 「007 어나더 데이」(2002)는 북한의 위험성을 다양하고 과장된 방식으로 묘사한다. 작전 도중 붙잡힌 제임스 본드는 얼음물에 얼굴이 처박히거나 전갈에 물려 중독되는 등 잔인한 고문을 받는다. 또한 북한 요원 자오는 같은 공산권 국가인 중국 요원들도 살해할 만큼 통제를 벗어난 존재로 서술된다. 위성을 이용해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기본이다. 안숭범 평론가는 2011년 발표한 논문(200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나타난 북한 이미지의 특징 연구)에서 문 대령이 서양 백인으로 변신(face-off)하는 장면을 두고 “자국 영토에서 테러를 경험한 미국의 공포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교묘하게 진행되는 테러에 대한 서구 세계의 불안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아예 ‘악의 축’이라는 가제를 달고 북한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에너미 라인즈」의 두 번째 시리즈도 있다. 북한군은 포로 심문을 위해 손에 못을 박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지도자는 자국 장교에게서 무능하다고 비판받을 정도다. 서울을 향해 배치된 1만 1천여문의 화포, 영변의 핵시설 등 실제 북한이 보유한 무기도 극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들이다. 영화 속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은 미국의 본토를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데 이는 테러를 겪은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며 이전 시기와 달라진 설정이다.

한편 「에너미 라인즈 2」에서는 핵미사일 무력화를 위해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는 결론을 당연하게 내린다. 이는 “북한은 주권국가가 아니기에 이용 가능한 외교적 방법이 없다”는 영화 속 외교자문관의 발언으로 정당화된다. 테러 위협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도 불사한다는 동시기 부시 행정부의 인식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북한을 향한 군사조치의 수위는 이전의 「Murder at 1600」, 「Dead Men Can't Dance」에 비해 적극적이고 강도 높게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이 제한적으로나마 미국에 도움을 주는 우방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007 어나더 데이」에서는 북한이 비밀 병기를 작동하려 들자 곧바로 한국군에 연락을 취하며, 작전의 지휘도 DMZ 부근 기지에서 이뤄진다. 「스텔스」(2005)에서는 북한에 불시착한 동료 조종사를 찾는 주인공이 “남한이 우방이니 남쪽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장면도 있다. 더 나아가 「에너미 라인즈 2」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정보력이 훨씬 앞설 뿐만 아니라 붙잡힌 미국 특수부대원을 구출하는 국가다. 이와 같은 한국의 부각은 9.11 테러 후 국제적인 반테러 연대를 구축하던 미 행정부의 노력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4. 민감해진 관계를 대처하는 현실적 대안
“경기 불황에 대한 공포가 유럽 경제 시장에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은 그리스를 구제하지 못합니다…. 스페인 정부 또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표했으며….” “북한이 환태평양조합(PRCO)에 가입했으며…, 이는 미국이 자국 영토를 간섭하는 것에 확실히 경고하기 위함입니다.”

「레드 던」(2012)은 앵커들의 입을 통해 실제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으며 시작한다. 해당 내용은 유럽의 경제 위기, 북한의 핵무장 및 김정은의 세습, 러시아 과격 집단의 성장, 가상의 집단 환태평양조합(PRCO)의 등장이다. 이는 모두 미국의 주도로 형성된 자유민주주의 세계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제시되며, 북한은 그 선봉에 서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2008년 9월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유로존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은 금융위기의 타격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빠르게 극복했다. 손원 교수(연세대 국제학대학원)는 “(2008년) 위기 극복을 위한 모든 국제적 노력에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며 이후 G2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고 설명했다. 덩달아 중국 문화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관련 소비도 늘었다. 그 결과 할리우드는 중국의 눈치를 보며 그들을 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레드 던」도 위의 이유로 ‘중국이 미국을 침략하는’ 초기의 스토리를 기각했다.

같은 시기 북한은 2009년, 2012년에 핵실험을 강행해 핵무장 의지를 과시하고 위성 발사 실험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의혹을 유발하는 등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했다. 또한 북한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실질적 무력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 아랍 국가에 이어 중국마저 주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워지는 할리우드에겐 가뭄의 단비였다. 허남웅 평론가는 “할리우드는 여전히 미국을 위협하는 적을 필요로 하지만 러시아도 중국도 아랍도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북한은 매우 쉽게 묘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할리우드가 극 중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기용할 ‘현실의 적’으로 북한이 남은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침공하는 독보적인 현실 세력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다. 「레드 던」의 경우 권력 세습을 마친 김정은정부는 이른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군대’를 이끌고 미국 본토를 점령한다. 미군은 와해돼 시민군의 도움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다. 「백악관 최후의 날」(2013) 역시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13분 만에 백악관을 점거하고 대통령을 납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무기를 무력화한다.

동시에 이전 시기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비인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악의 전형으로 극단화된다. 「솔트」(2010) 도입에선 안젤리나 졸리가 반나체 상태로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당하고 북한군은 폭언을 하며 물고문을 자행한다. 좀비 영화 「월드 워 Z」에서 북한 정권은 감염을 막기 위해 2천3백만 명의 이를 모두 뽑아버릴 정도로 비인권적인 결정을 내리고, 인민들은 이를 수행하는 데 24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당분간 할리우드 속 북한은 기본적으로 ‘악당’이라는 전제 하에 과장된 이미지를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는 “할리우드 상업영화는 선과 악의 표현이 분명한 이분법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국제적 역학관계가 바뀌고 북한이 스스로 국제 사회로 나온다고 해도 (이미지가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할리우드에서 이를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북한을 다룬 영화에서 세부적인 묘사나 설정은 사회적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바뀌어왔다. 그러니 다음에 영화배우 ‘북한’을 보러 영화관에 간다면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지.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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