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 저│김영사
484쪽│2만 3천 원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뇌의 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인 A씨의 뇌에 질환이 생겨, 뇌를 이식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는 며칠 전 사망한 어머니의 뇌를 이식받고 극적으로 살아난다. 며칠 뒤, A씨는 그의 형을 반기며 말한다. “어서 오거라, 우리 아들!” A씨가 어머니의 뇌를 이식받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A씨의 신체를 이식받은 것이다. 어머니의 경험은 그녀의 뇌 신경망을 변화시켰고, 그 뇌는 어머니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승현준 교수(미국 MIT 뇌인지과학과)는 ‘커넥톰(connectome)’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커넥토믹스’라는 분야를 그의 첫 교양서 『커넥톰, 뇌의 지도』에서 설명한다. 여기서 커넥톰은 뇌의 회로도이고, 커넥토믹스(connectomics)는 이를 밝히는 학문적 작업이다. 뇌의 회로는 뉴런(neuron)이라는 특수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뉴런은 가지를 뻗어 다른 뉴런들과 연결된다. 저자는 이를 여러 개의 공항을 잇는 항공로와 같은 구조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뇌과학 연구들은 유전자가 개인의 정신 형성에 주도적이라고 말한다. 유전자는 태아의 뇌 발생 대부분을 지배하며, 많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반론을 제시하며, 유전자만으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개개인이 겪는 경험은 그들의 커넥톰을 변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정신과 기억을 구성한다. 시냇물의 흐름이 바닥의 형태를 만들어가듯이, 일상 속 신경활동은 커넥톰을 새롭게 빚어내는 것이다. 이때 저자는 커넥톰이 ‘4R’에 의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즉, 뉴런들은 그들 간의 연결의 세기를 변화시키고(Reweight) 연결을 제거하거나 재연결(Reconnect)한다. 뉴런의 가지는 자라거나 축소됨으로써 재배선(Rewire)되며, 재생(Regeneration)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뉴런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이론이 옳다면, 신경과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4R’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신경학자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커넥톰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4R’은 정신질환을 완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두뇌를 계발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뇌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뇌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계획에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역시 2013년부터 10억 유로 이상을 뇌과학에 투자할 예정이고, 일본과 중국 역시 커넥토믹스에 시동을 걸고 있다. 승현준 교수는 21세기 말 이전에 인간의 커넥톰이 완성되리라고 예상하며, 이것은 정신장애의 치료라는 의학적 활용을 넘어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 또한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들의 뇌 속에 여전히 간직된 어머니의 삶.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