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지방선거로 기억한다. 당해 선거 방송은 이전에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각종 세련된 그래픽들로 수놓아졌다. 후보의 지지율, 후보들의 정책 비교, 배경 등 모든 정보가 ‘먹기 좋게’ 조리돼 나왔다. 흔히 인포그래픽이라 말하는 인포메이션 그래픽은 정보의 시각적 표현 수단이다. 복잡한 정보를 비언어적 시각 요소로 바꿔 명확하면서 쉽게 전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면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이해하기 쉬운 내용보다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기 마련이라 언론에서 인포그래픽은 핵심 분야가 돼가고 있다. 이번 1879호 『대학신문』의 인포그래픽은 어땠을까.

먼저 사회면의 대학생 생활법률 연재와 학술면의 원자력 기획 후속보도를 비교해 보자. 이번 사회면 연재의 인포그래픽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인포그래픽의 3요소로 일컬어지는 풍부한 내용과 적절한 시각화, 정교한 내용 선정까지 기사의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에 비해 학술면 기사의 그래픽은 충실했던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어떤 얘기가 가장 중요한지도 알 수 없었고 필요한 정보가 빠져있는 부분도 보였다.

첫 번째 그래픽인 그래프를 먼저 살펴보자. 독자는 태양광 발전 가격의 추세뿐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발전 단가가 어떻게 되는지, 쉽게 말해 얼마나 싸졌는지, 우리가 쓸 수 있을 만큼 싼지 궁금하다. 모듈 가격이 올라갈 이유는 전혀 없는데 단가 하락의 추세만 보여주면 본 기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그리드 패리티’와 연관성이 떨어지게 된다. 해당 그래프의 축도 문제가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연도 뒤에 붙어있는 알파벳 F는 추정실적(Forecast)의 줄임말로 경제성 보고서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지만 설명 없이 달려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추정치라는 각주만 달아줬어도 해결될 문제인데 아쉽다. 추정치라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독자가 기사를 중심으로 읽을 경우 해당 수치의 추세가 확정값이 아님에도 이를 왜곡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

아래 제시된 경제성 확보 시기 도표도 어떤 목적으로 싣게 됐는지 의문스럽다. 독자가 아래쪽 그래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2020년에 모든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시기가 끝난다는 잘못된 정보 하나다. 일반 독자에게 신소재 집열기, 3세대 태양전지 등은 낯설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계속해서 다루고 있으니 관련 국내 연구개발 예산집행 및 예정 그래프와 그에 따라 개발됐던 기술과 개발 예정인 기술을 그래픽으로 함께 제시해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비슷한 문제는 서울시장 후보자 인터뷰의 그래픽에서도 드러난다. 인터뷰 기사에서 등장하는 그래픽이 해당 후보의 얼굴과 정당의 브랜드 컬러 이외에는 전달력이 떨어진다. 선거에서 후보는 경쟁을 한다. 후보 경쟁은 비교다. 지금과 같은 그래픽보다는 두 후보의 청년 정책이 정리된, 어느 언론에서도 제시하지 못했던 표가 있었더라면 훨씬 전달력 있지 않았을까?

정보화 바람이 종이신문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메스는 『대학신문』의 앞에서도 여전히 날카롭다. 시각화는 역설적이게도 이 시대가 시대 자신에게 맞설 수 있게 신문에게 제공하는 강력한 무기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교육 등을 통해 인포그래픽을 다루는 노력을 좀 더 해봤으면 한다.

 

양호민
원자핵공학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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