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동아리연합회(동연) 홈페이지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동아리 활동심사 보고서 양식이 올라왔다. 회원 명단에 ‘전화번호’를 쓰는 항목이 추가된 것이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써낸 적이 없었던 전화번호 항목이 별다른 설명 없이 추가된 보고서 양식이 올라와 있었고, 이에 대해 몇몇 동아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동연 측에서는 ‘허위명단이 발견되었다’며 ‘앞으로는 동아리회원 20명의 연락처를 적어내야 하고 몇 명에게 랜덤으로 문자를 해 실제 활동하는 동아리가 맞는지를 묻겠다’고 했다. 이는 동연의 활동으로서의 선을 넘은 것이기에 동연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하며 동연의 선을 넘은 행동 중단을 촉구한다.

 몇 년간 수많은 기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제는 휴대폰으로 밤낮 보이스피싱이 온다. 개인정보 사용은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부분인데,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임의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동연이 동아리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며 도를 넘은 행위다.

 만약 동연의 주장대로 명단이 문제가 된 동아리가 있다면, 동연은 해당동아리와 이 일을 처리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갑자기 모든 동아리의 전화번호를 받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제출은 동연이 요구하거나 의결했다고 해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도 강제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한 새내기는 이 말을 듣고 “동아리 활동하려면 학번 학과 전화번호 다 까야 되는 거예요?”라고 질문해 왔다. 이제는 동아리 새내기에게 전화번호를 동연에 공개해도 괜찮겠냐는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동연이 실시한 사상 전례 없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투표도 정당하지 못하며, 그 채팅방에서 총학생회장이 동연을 거드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황당하다.

 2010년 ‘활동심사보고서’가 생긴 이후, 동아리들은 동연에 각자의 활동을 보고해야 하게 됐고, 동연은 이를 심사·평가하는 기구가 됐다. 그러더니 이제는 동연에 동아리 회원들의 개인정보까지 내야 한다. 동연은 동아리들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수사기관이나 감시기관이 아니다. 명단에 문제가 있다면 그 동아리나 해당 분과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동아리원들의 전화번호를 모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아리들의 명단을 관리하기 이전에 동연은 동연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전동대회 제때 공지하고, 속기록 제때 올리고, 회계 운영 투명히 하고, 동아리들 활동 잘 되게 돕는 것이 동연의 기본 역할이다.

김여름
작곡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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