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주거 욕심인가요?: 관악구 오픈테이블

 “만만치가 않네 서울생활이란 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오네. 월세 내랴 굶고 안 해본 게 없네. 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 인디밴드 장미여관의 ‘서울살이’에 나온 가사는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 청년의 주거빈곤율은 36.3%에 달한다. 서울시에서만 12만 3,000명의 청년이 최저주거기준(4.2평)에 미달하는 주택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대 학생들의 주거공간인 관악구는 청년 주거빈곤율이 51.3%로 서울시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일) 관악 주민연대에서 민달팽이유니온과 서울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주거, 욕심인가요?: 관악구 오픈테이블’이 열렸다. 청년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박근혜정부의 주거정책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에 따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20대 청년인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집은 휴식의 공간’이라는 당연한 말조차 부정당하는 주거 환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자취 생활 6년차인 유성미 씨는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쉬고 싶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메탈 음악을 틀어놓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방음시설이 잘 돼있지 않는 열악한 자취방에 거주하는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는 저렴한 주택은 불안한 치안, 비좁은 공간, 부족한 일조량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런 청년들의 주거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들에게 전세금을 지원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LH사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전세보다는 월세가 수익성이 높은 상황에서 LH가 중개인으로 개입돼 절차까지 복잡해지자 집주인들은 LH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려했다. 작년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김종하 씨(원예학과‧08) “집주인들은 LH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려했지만 LH는 청년들을 방치할 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LH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박근혜정부는 행복주택 정책을 야심차게 내놓았다. 이 정책의 골자는 도심에 아파트를 신축해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청년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초라한 결과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지역주민의 반발을 이유로 행복주택의 규모는 상당히 축소된데다 당초 계획과 달리 도심에서 밀려난 서울 외곽지역에 건설됐기 때문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고치며 살자’를 행복주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 팀장은 “주택을 신축하지 않아도 기존의 주택을 개·보수해 사용한다면 청년들에게 저렴하고 편리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주택바우처 정책 역시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소득분위 43% 이하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거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은 평균 4만 3천원으로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민달팽이유니온 권지웅 위원장은 “20대 청년 중 소득분위 70%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15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원 확대가 청년들에 대한 특혜라는 반발에 대해 권 위원장은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청년시절을 주거비 마련보다는 자기계발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생산력을 높이고 인적자원을 길러내는 데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