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아트스타코리아

지난 3월 30일. 예술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코리아’(아스코)가 첫 방송을 탔다. 아스코는 기획의 변을 통해 스타 예술인을 발굴하고, 대중에게 예술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아스코는 프로그램의 내용과 예술성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찾기 위한 참신한 시도였다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스코가 가진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전문가와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트스타를 찾아서=아스코는 ‘국내 최초의 예술 오디션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총 12회에 걸친 방영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매주 주어지는 미션에 맞게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과정이 상세하게 방송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아스코가 방영되기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임우식 메인 PD는 “시청자들이 좀 더 예술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이다. 아스코의 심사위원들은 매주 참가자들의 작품을 선정하고 그 주의 우승자와 탈락자를 정한다. 독특한 예술세계를 가지고 실력도 겸비한 예술가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아스코는 예술가들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창출해내고 시청자들도 경쟁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끔 시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김유진 씨(심리학과·11)는 “근본적으로 일반인들은 예술에 대해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 해설을 들어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스코가 계속 예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아스코를 봐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순탄치 않은 여정=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아스코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예술계에서도 아스코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매주 탈락자가 발생하고, 최후의 1인이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 아스코의 경쟁형식을 문제로 보고 있다. 심상용 교수(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는 아스코가 모든 보상을 승자만이 독식하고, 반대로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이른바 ‘지위경쟁’을 예술계에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아스코는 단 한 명의 ‘아트스타’를 발굴하는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며 “예술가들이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면 창조적 잠재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점차 예술이 단일화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백균 교수(중앙대 한국화과)는 “아스코에서 참가자들은 돈과 명예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서로 경쟁한다”며 “경쟁을 통한 예술은 진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작가들을 심사위원 세 명과 멘토들의 가치기준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화가 강석현 씨는 아스코의 심사 기준이 필연적으로 심사위원과 멘토들에게 맞춰지고 있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은 각각 미술사학, 전시기획 분야의 전문가들로 한정돼 있지만 아스코의 참가자 15인은 15개의 서로 다른 작품관을 가지고 있다”며 “결국 멘토나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들에 성향에 맞는 작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용 교수는 아예 예술에 대한 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기준에 맞춰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의 열린 가능성과 깊이를 허용하는 감상을 저해하고 교란하게 될 것이다”라고 염려를 표명했다.

아스코에 출연하는 작가들의 작품성향과 표현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강석현 씨는 아스코의 작품들의 대다수가 ‘개념미술’ 위주라고 설명했다. 개념미술이란 작품 자체보다는 제작 의도나 제작 과정이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아스코의 시청자들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 작가의 해설 즉 메시지가 작품과 함께 감상자들에게 전해져야만 비로소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장주연 씨(동양화과·12)는 “아스코 방송을 보면서 난해하고 특이한 작품만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게된다”며 “결국 ‘미술은 여전히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조각가 나규환 씨는 작품 창작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아스코에서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일 남짓 된다. 나규환 씨는 “보통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짧은 시간 동안 만드는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스코가 가지는 의미=아트스타코리아는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스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룰루랄라 예술협동조합의 전미영 이사장은 아스코가 아직 예술계에서 각광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비록 소수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작가들은 작품조차 제대로 만들기 힘든 벌이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2012년 문화관광부의 ‘문화예술과 개인의 평균수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예술가의 40.5%가 월 150만 원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었다. 전미영 이사장은 “작업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대중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도 “경쟁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비판의 수용이 있어야만 아스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석현 씨와 나규환 씨는 아스코가 대중과 예술 사이의 접점을 찾는 참신한 시도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강석현 씨는 아스코가 작품 뒤에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해설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에 넣음으로써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다”고 말했다. 나규환 씨 또한 “아스코가 흔히 일반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아스코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초의 예술가 경쟁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아트 스타 코리아. 개성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대중에게 예술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문제점들이 많다. 앞으로 아스코가 대중과 예술의 접점을 넓혀가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해 지나친 경쟁 일변도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작가와 작품에 대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그들도 공명할 수 있도록 ‘신의 한 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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