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행된 『대학신문』 1879호에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한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대학기자 인터뷰’의 내용이 게재됐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서울지역 17개 대학 학보사의 모임(인터뷰 당시는 16개)으로 서울시장 후보자 인터뷰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서 이번 학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프로젝트 중 하나다.

후보들의 청년 문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계획했던 이번 인터뷰는 예상 이상의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정 후보 측의 요청으로 인터뷰 첫머리를 일간지와 방송국 기자단에 공개했는데, 이 중 일부 내용이 인터뷰 당일 ‘정몽준, “반값등록금, 대학 졸업생에 대한 존경심 훼손시켜”’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것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5월 20일까지 청년 관련 이슈가 크게 논의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청년 공약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는 ‘이슈 메이킹’ 목적은 상당히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후보와 정당이 청년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몽준 후보는 ‘대학 밀집 지역에 ̒대학문화 관광특구̓를 만들겠다’며 ‘대학 밀집 지역인 신촌, 안암의 땅을 매입해 조금 아름답게 꾸미겠다’라고 밝혔다. 또 대학문화 관광특구에 20·30대 중심의 문화를 만들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서는 ‘문화는 서울시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청년이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고 공간을 제공하겠다’고만 답변했다. 본인이 내건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음은 물론 후보자의 정책 철학도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인터뷰에 참가한 기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박원순 후보가 정 후보보다 청년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다지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박 후보의 답변도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10·26재보선 당시 내건 청년 일자리 공약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물론 기존의 일자리 창출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실질적 실업자가 3백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박 후보의 말을 믿고 기다리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건 공약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창업보육센터 대형화 △실패 기업인 재도전 기회 제공 △간병서비스 일자리 10만 개 창출 △노동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창출 △고용증가 중견기업 세제지원 확대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내건 공약 모두 근본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 공약 대부분은 2010년의 공약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4년간 공약 이행을 위한 노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값등록금 운동, 청년주거 운동 등을 통해 청년 문제는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정치인은 청년과 소통하고 같이 고민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듯하다. 청년이 매력적인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선 올해 초까지도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과연 청년 문제가 국회 본회의에서 기초연금만큼 열띠게 논의된 적이 있었을까?

진(秦)나라의 진승과 오광은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는가”라며 농민봉기를 일으키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2천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정의를 얘기하기 무색한 것은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연고주의에 대한 인식도’ 설문에 따르면 20대 청년 10명 중 9명은 대한민국을 불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정의로운 사회는 노력하는 청년들이 그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 주어져있다. 바로 투표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매력적인 유권자임을, 청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음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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