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번화가 신주쿠(新宿)역. 역 앞은 지나가기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로 들어차 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적은 종이를 높이 들고 있다. 이들은 각 대학의 서클 회원으로 신입생 환영회를 위해 모인 것이다.

 

일본 대학은 4월 초 개강하는데 기획팀이 일본을 찾은 4월 말은 각 서클이 신입생 모집을 끝낸 시기였다. 당시 각 대학가나 신주쿠, 시부야와 같은 번화가는 각 서클의 신입생 환회가 곳곳에서 열려 4월 말 내내 인파로 북적인다. 신주쿠 역 앞에서 쥬오(中央)대의 농구 서클 ‘백농회’, 대학 연합 미식가 서클 ‘맛있는 것을 먹자’ 등 다양한 서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일본 대학생은 취미생활이자 또 다른 학습의 장으로 다양한 서클활동을 경험한다.

학생 자치활동의 대부분이 과 학생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대학과는 달리 일본 대학에서는 서클이 학생 자치활동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서클은 크게 운동, 예술, 학술, 언론, 봉사활동으로 분류돼 있으며 운동, 예술 관련 서클의 인기가 높다.

 

 

일본대학의 서클활동은 졸업 후 정ㆍ재계의 인맥을 형성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와세다대의 ‘유벤카이’(雄辯會), 도쿄대의 ‘행정기구 연구회’ 등은 엘리트의 산실이라 불릴 만큼 명성을 자랑한다.

 

 

입학식이 가까워지는 4월 초, 각 서클은 데미세(出店)라는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신입부원 영입에 열을 올린다. 특히 입학식 당일에 각 서클은 홍보를 위해 입학식장 입구를 시작으로 양쪽에 수 백 미터씩 길게 늘어서 서클 소개를 적은 종이를 나눠주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서클 활동은 주로 1, 2학년 때 활발하게 이뤄지며, 2학년이 서클의 운영을 맡는다.

 

 

도쿄대는 1, 2학년 재학생을 위한 교양학부가 있는 고마바 캠퍼스에만 400여 개의 서클이 있다. 매년 11월 교양학부 축제인 ‘고마바제’에서는 서클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개최한다.

 

 

와세다대는 서클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1천여 개의 서클실과 공연을 위한 홀을 갖춘 11층 규모의 학생회관을 2002년 개관했다. 학생회관에는 홍보물 제작을 위한 인쇄실도 각 층마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와세다대가 2003년 1만5390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생활조사 결과,  서클 참여도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 학생의 55%가 ‘현재 서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5.2%가 ‘이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플라멩고 서클과 스페인어 서클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는 모리타 아키코씨(교육학부ㆍ2)는 “평소 라틴 문화에 관심이 많아 두 개의 서클에 모두 가입했다”며 “서클 활동은 학업과 함께 대학생활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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