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으로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연회가 지난 4일(금)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에서 열렸다. 이 날 강연회에는 오연천 총장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 양국이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고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신라시대 당에서 공부했던 최치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웠던 명의 등자룡 등의 인물들이 양국이 역사상 위태로움을 함께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 아래 한국과 중국 모두 매우 큰 고통을 겪었다”며 양국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아갔던 역사를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인적교류 확대를 바탕으로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제1무역국이며, 양국의 인적교류는 822만 명에 달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교류의 증가는 양국에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국이 악마로 비유되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국은 평화를 추구하고, 타국과의 협력할 것이며, 각국으로부터 겸허히 배우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은 공동 발전과 지역 평화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을 넘어 아시아의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시 주석은 강연에서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한중 관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의 이런 모습은 최근 집단자위권과 위안부문제 등 역사문제에서 비롯된 한국과 일본 사이의 균열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중국연구소 장경섭 교수(사회학과)는 “동아시아 각축전 속에서 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한국과 공조하여 미국과 일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 주석의 강연회는 중국 주석이 한국 대학에서 강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강연회가 계획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강연회 참석자의 선발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그 구성이 하계 프로그램인 SNU in Beijing 참가자와 중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손성동 씨(정치학과·10)는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는 단순히 한국과 중국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관련 있는 학생들만 참석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희망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국제협력본부는 “중국 측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강연 참석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며 “촉박한 일정과 중국 측의 희망을 고려해 본부에서 참석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선발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또 “시 주석이 공대생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싶어 했다는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 최대한 다양한 단과대의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했고 이것이 선발인원 구성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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