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이후 진행된 첫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정책평가단 및 총장추천위원회가 결정한 순위에 반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학내 구성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사회가 차후 총장 선출 과정에 대한 모호한 개선책을 내놓는 데 그쳐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가 각각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4일(월) 이사회는 최종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해명 및 법규 개정을 포함하는 평의원회 요구안에 대해 가칭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소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의결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소위원회의 구성과 일정 및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평의원회가 요구했던 선출 절차에 대한 해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과는 “소위원회의 구성이나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사장인 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전체 교직원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차기 총장 선출과정과 관련해 대학의 대표로서 총체적 책임을 느낀다”며 선출 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제도적 보완이 미진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에 평의원회는 15일 본회의를 열고 이사회의 의결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평의원회는 구체성 없는 소위원회 구성안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이사회가 총장 선출 과정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소위원회 구성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평의원회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공문에서 “평의원회는 이사회의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14일 열린 제7차 이사회의 회의록 및 속기록을 보내줄 것과 이후 총장선거와 같이 중요한 결정은 기명으로 함으로써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소위원회를 통해 총장 선출 과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진정성은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평의원회에 이어 16일 교수협의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지난 총장 선출 과정에 대한 대응 방향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번 임시총회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현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과 이사회 구성 방식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27년 만에 개최된 이번 교수협의회 임시총회는 교수 108명의 소집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약 50여 명의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수협의회 임시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정재 교수(조경·시스템공학부)는 “규정상 임시총회 성사 인원인 전체 회원 수의 20%(427명)를 상회하는 480여 명의 교수가 전자우편을 통해 개회 찬성 의사를 담은 위임장에 서명했다”며 개회의 정당성을 천명했다.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총장 선출 과정 이후 학내 여론에 대한 본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법인화법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총장 선출 이후 여러 학내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총장이 지난 11일 이임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한 것과 지난 14일 이사회가 소위원회 구성을 의결한 것이 본부 측 해명의 전부”라며 본부 측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의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인화법 개정안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교수협의회가 제출한 이사회 및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평의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인화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계류 중이다.

총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지난 총장 선출 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해 이사회의 책임을 엄정히 묻고 성명서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요구안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법인화로 인한 거버넌스 변화 이후 최초로 봉착한 사안인 만큼 우리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학내 민주주의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너 명의 교수들이 잇따른 자유발언을 통해 성명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적 논의 이상의 단호한 행동강령이 조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대의 한 교수는 “지금까지 한 요구를 반복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이사회 사퇴의 기한을 두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교수협의회의 대처가 명시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이자 총장으로서 이 같은 내홍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오연천 전 총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이 같은 논의를 반영해 성명서는 오 전 총장의 평교수 복직을 반대한다는 교수협의회 측의 입장을 반영했다.

교수협의회가 총장 선출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임시총회가 처음은 아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6월 이사회 총장 선출 직후 성명서를 내고 회장이 사퇴했으며 이후 총장선출에 관한 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설문에 응한 1,007명의 교수 중 74.78%가 이번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 불만을 가진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5일 제26대 총장으로 선출된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한 임명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18일 신임 장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은 성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성 총장은 안전행정부의 정식 임명 절차를 거쳐 20일부터 총장 업무를 시작했다. 오연천 전 총장은 임기 만료 후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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