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후반에 입학한 뒤 2000년대 초중반에 졸업하게 되어 저는 대학을 무려 2세기에 걸쳐서 다닌 셈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5년 임기의 대통령은 2번 바뀌었고 역사에 길이 남을 많은 사건들이 평범한 한 대학생의 가슴과 뇌리를 강타해 갔습니다. 오랜 대학생활은 세기의 뒤바뀜을 단지 수적 개념이 아닌, 격동적 역사로 접할 수 있게 해 주어 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남겨 주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격동이 휘몰아치는 혁명의 시대나 전쟁의 시기에도 평온하게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 있듯이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은 개개인에게 다르게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적을 두었던 8년 반의 시간은 제게 하루하루가 역사로 다가왔고 어느 한 순간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릴 적 막연하게 ‘출세의 발판’, ‘학문․기술의 연마장’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대학이 지닌 사람의 인생과 사회와 역사를 뒤바꿔 놓은 또 다른 면모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객관적 조건들과 통속적 시선은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기 위한 기술과 방법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대학은 그 다른 면모를 지켜나가고 그것을 이어갈 ‘사람들’을 다시 길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장과 2급 정교사 자격증. 그리고 어디 내어놓기 민망한 성적표와 유기정학 1개월의 징계가 표시된 학적부, 징역 1년의 전과기록. 대학에서 얻은, 대학생활을 통해 얻게 된 문서상 기록들입니다. 후자의 것들은 성취해 낸 것이 아닌, 평생 따라다닐 딱지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개인적 소유물인 전자보다 후자에 더 큰 애착이 가게 됩니다. 거기엔 가슴아픈 우리의 현실 속에서 여럿이 함께 부대끼며 흘린 눈물과 땀이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6․15 기념탑이 학내에 온전히 건립됐고, 징역 1년의 판결은 국가보안법의 실질적 폐지를 눈앞에 둔 이 순간 죽은 역사가 되어가는 현실을 벌써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고마웠던 대학을 떠납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불현듯 솟거나 다른 필요에 의해 다시 대학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때이건 언제건 대학은 항상 역사와 함께 물결치는, 사회와 함께 약동하는 그런 곳으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대학에서 얻은 귀중한 벗들과 배움을 간직하고 항상 대학에서 그러했듯 학교가 아닌 사회로 향한, 역사를 위한 제 꿈을 펼칠 것입니다. 그 때 시선을 돌려 바라본 모교가 힘이 되어 주길 기대합니다.

김형곤

국민윤리교육과ㆍ학사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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