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영문학과 김성곤 교수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snu.kr

 김성곤 교수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으로 양분돼있던 국내 문학계에 포스트모더니즘을 소개해 문학 간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영문학자다. “사색하고 연구하는 것이 행복했고 서울대의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고마웠다”고 정년소감을 밝히는 그의 인자한 얼굴에서 지난 인생에 대한 만족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문화 연구’와 연결해 영화, 만화 등의 다양한 컨텐츠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작업의 일환인 저서 『김성곤 교수의 영화에세이』는 영화를 통해 문화를 분석하고 시대를 읽어낸 첫 시도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순수문학만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포용력 있는 자세로 다른 매체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뉴미디어시대의 문학』, 『글로벌시대의 문학』 등을 발간하며 활발한 평론 활동을 해왔다. 그는 “평론가는 시대의 변화를 파악해서 작가를 가르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평론가들이 작품 분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작가에게 세계의 흐름을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 역시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포착하는 것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하며 “순수 작가들이 마음을 열고 새로운 기법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이론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작품을 분석했으면 한다”며 “요즘 독자반응이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외국문학을 전공하는 문학도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공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며 “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퇴임을 군대에 비유하자면 퇴역이 아니라 예비역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예비역 학자로서 언제든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사회와 학계를 위해 봉사하고 평생 모은 책들도 기부할 생각이라는 김 교수. 짧은 인터뷰에서도 학문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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