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영문학과 이성원 교수
사진: 장은비 기자 jeb1111@snu.kr

이성원 교수는 인터뷰 중에도 정년퇴임이 믿기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그의 연구실을 빼곡히 채운 영문 고전들과 책상에 쌓여있는 논문들이 그의 매일을 말해주는 듯했다. 정년퇴임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당연히 맞이할 일인데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하지만 불안해 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의 전공인 낭만주의 시에 대해 묻자 그는 “낭만주의 시는 당대 역사의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낭만주의 시’란 시인들이 역사에, 당대 사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다. 이 교수는 “문학 작품의 행간을 읽고 거기에 담긴 시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작품을 읽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영문학과 함께 해온 30년을 돌아보며 이 교수는 인문학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영문학도는 영문학을 통해 독자의 인문학적 소양 전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활동만큼이나 학생을 가르치고 독자들에게 인문학의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인문학의 숙명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그는 “인문학도는 책을 읽고 해석하며 끊임없이 생각을 무르익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자로서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이 교수는 “영문학 작품을 통해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났던 것이 내 소임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더 많은 작품을 접하게 하고자 노력했던 이 교수는 문학 작품과의 만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문학을 보는 안목은 읽은 작품 양과 함께 깊어지는 법이며 이것은 매우 더디게 이뤄지게 마련이다”며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보니 학생들이 작품을 소화하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후학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학문의 규범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그는 “대학이야말로 어떤 도전이든 가능한 곳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내적 규범과 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학문 추구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란 제도는 이제야 정착하고 성장하는 단계이니 만큼 근간을 지켜나가면서 차근차근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문학을 배우고 가르쳐온 오랜 세월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해온 그의 생각들이 인문학의 내일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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