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호준 교수
서어서문학과

흔히들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은 새롭게 펼쳐질 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새로 산 정장을 입고서 새로운 사무실과 연구실에서, 혹은 외국의 대학에서 새로운 꿈을 펼쳐갈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청바지 입고 막걸리 마시던 학창시절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냉혹한 이해논리 속에서 싸워야하기 때문입니다. 매순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하고, 승진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고, 가족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고 다른 학교 출신들보다 잘 해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들도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이긴다 해서 인생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 은퇴 시점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에서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그것이 정녕 자신이 원하던 삶이었는가 하는 물음 앞에서 회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성공을 위해 일하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써 왔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것은 물론,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취미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직장을 떠나는 순간 외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을 향해 나가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무엇보다 자신만의 꿈을 좇아 자신의 삶을 살 것을 권고합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선 삶을 성찰하며 살아야 합니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물음을 부단히 자신에게 던지며 삶의 태도를 가다듬지 않으면 로봇처럼 살다가 죽기 십상입니다.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간절하게 욕망하는 것이 실은 그렇게 욕망하도록 주입되었기 때문이지, 실제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최근의 인문학이 강조하는 윤리입니다. 물론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고 사회 속에 있기 때문에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나로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이를 고민하는 것이 윤리적 태도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와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화뇌동하지 않고 인생의 정도를 걸어갈 수 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25년 전 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졸업학기를 대충 마무리하고 이미 유학을 떠났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시간을 아껴서 빨리 학위를 받자는 심산이었는데, 이 편법 때문에 후에 크게 고생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쉽게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만,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그런 길을 알면서도 가지 않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좇아 스타일을 구기며 살다보면 인생이 피폐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실리와 원칙의 갈림길에서 독립적인 사고로 정도를 걸어가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앞선 사람들이 했던 대로 생각 없이 살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 구조악의 일부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속적인 욕망이나 집단적 편법에 물들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가기 바랍니다. 삶을 마칠 때, 적어도 자신은 자신만의 꿈을 좇아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행복에 연연하지 말 것을 충고하고 싶군요.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불행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에 절대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고 꿈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지요. 이걸 감사하게 여기고 기쁘게 살아가기 바랍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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