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딤 스랩첸코 외교학과․석사졸업

한국에 온 지도 어언 5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한국 생활이라기보다 서울대 생활에 더 익숙해져 왔다. 그만큼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깊은 애정을 가지고 생활하던 이곳 서울대 캠퍼스도 이제 졸업이라는 이름으로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참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인생의 허망함까지 느껴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곳 생활은 그동안 내 전부였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학생의 딱지(?)를 벗어 던진 후 또 다시 다가올 새로운 미래의 비전에 대한 내 기대감이 그나마 그것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 같다.

 

비록 한국의 경제 상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 졸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로 쫓겨날 많은 학생들에게 근심을 주고는 있지만 한국인의 저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크게 걱정하고 싶지는 않다.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파이팅만큼이나 예전의 경기를 빨리 회복하여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예전에는 졸업식을 아무 감흥 없이 보았는데 막상 내 차례가 되고 보니 여러 감정이 연이어 떠오른다. 멀고 끝이 없을 것 같이 지겹던(?) 공부가 끝나고 학위증을 받게 된 날이 왔다. 공부를 해야 할 때는 빨리 졸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지금에 와서는 홀가분하단 느낌보다는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졸업하는 이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 아쉬움들 때문에 나는 요즘 캠퍼스 곳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조금이라도 많은 것들을 기억 속에 담고 싶어서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훗날 그런 것들이 졸업 후에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 상쇄시켜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졸업=환희’가 되어야 할 텐데 왜 이리 감상에 빠지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외국인으로서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자랑스럽고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지는 부분이다. 내가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나를 따라다닐 그 책임감과 수많은 추억들을 잘 아우르며 나만의 독특하고도 다양한 인생을 꾸며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분들의 졸업도 함께 축하드리며 또 내 밝은 미래를 위해 여러분들도 함께 파이팅 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제 한국 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외교학과 하용출 교수님과 나의 친구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딤 스랩첸코

외교학과ㆍ석사졸업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