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학과 김민자 교수
사진: 이혜빈 기자 beliveyourse@snu.kr

블랙 앤 화이트 격자무늬 의상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김민자 교수는 “전 패션(유행)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유행을 좇아가지는 않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적 패션의 미를 알리기 위해 몇십 년을 힘써온 김 교수는 “신나게 잔칫상을 차린 뒤, 이제는 홀가분하게 설거지를 하는 기분”이라며 정년 소감을 털어놨다.

김 교수는 패션디자인에 대한 이론서도 몇 권 나와 있지 않던 25년 전 그는 ‘예술로서의 복식의 개념’을 다루는 복식미학의 첫 관문을 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패션을 가시적 아름다움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패션은 인간 내적 정신의 표현”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적 미’를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학자다. ‘에밀레종’과 ‘비천상’에서 영감을 받은 스카프가 대표적이며 2006년 서울시와의 산학협력 연구를 통해 600종의 문화상품을 ‘한(韓) 브랜드’화하기도했다. 전통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면면히 계승되어오는 정신적 가치”라며 “그냥 옛것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면서 현대로 뻗어나가는 것이 제 모든 연구의 주제”라 답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의 학위예복을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서울대 학위예복은 전통적인 선비 정신이 구현된 옛 복식 ‘심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학위예복의 상하분리형 구조는 하늘과 땅의 조화를 뜻하고, 색상은 근검절약을 뜻하는 ‘흑백’에 서울대를 상징하는 ‘블루’를 곁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년 가까이 이끌어 온 ‘의류학과 졸업 패션쇼’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믹싱기계가 없어 카세트 테이프 두 개를 번갈아 틀기도 하고, 주변에 끝난 연극의 무대장치를 뜯어오기도 했다”며 당시의 추억을 전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은 패션쇼 규모도 축소되고, 대부분 이벤트 회사에서 기획한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 같다”고 이에 대한 큰 아쉬움을 전했다.

퇴임 후에는 비로소 ‘자유인’이 되고 싶다는 김민자 교수.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생들이 그들의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 또한 키웠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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