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이윤호 교수
사진: 장은비 기자 jeb1111@snu.kr

서울대 최초로 성형외과의의 길을 선택해 환자와 35년을 함께해 온 이윤호 교수. 그에게 정년퇴임의 소회를 묻자 그는 “행복했다”며 맹자의 군자삼락을 인용했다. 그는 “군자삼락은 첫째 부모형제 건강한 것, 둘째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부끄러움이 없는 것, 셋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 즐거움은 왕이 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데 출세보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국제성형외과연맹에 극동아시아대표로 참여하고 한중의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세계에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재건성형 분야의 ‘명의’로 통하는 그는 세계 최초로 두개안면전진술을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에 성형외과가 출범하기 전에 전문의 과정을 시작했기에 처음에는 연구 환경이 다소 어려웠지만 3~4년이 지나자 최고가 될 수 있었다”며 “뛰어난 한국의 성형기술이 한류의 시작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형의학계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의술의 경우 교수가 바로 옆에서 도제식으로 가르쳐야하는데 제자에게만 수술을 맡기고 본인은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의사의 진료 대상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론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손목을 잡고 직접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적 미의 기준에 맞춰 성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우문에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환자가 평소 콤플렉스를 느꼈던 부분을 해결해 환자의 정신적 건강을 되찾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용성형을 담당할 제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수술하고, 환자들에게 수술을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고 부탁했다. 또 그는 “자기가 가는 길을 충실히 갈 때 성취가 이루어지고 보람이 있을 것”이라며 제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이 교수의 얼굴에는 자신이 몸담았던 학문과 환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왔다. 정년 이후에도 성형의학이라는 넓은 학문의 바다에서 학자와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는 이윤호 교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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