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던 지난 19일 여야 원내대표는 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에 재합의했다. 그간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던 특별검사후보 추천위원 선정 방식과 관련해 여당이 2인의 위원을 선정하되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궁극적으로 여당이 추천위원을 선정하는 이상 특검을 통해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합의안에 반대했고, 야당은 유가족의 반대를 근거로 의원총회에서 합의안 추인을 유보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훌쩍 넘었음에도 특별법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유가족의 거부는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기인한다. 정쟁과 파행을 거듭한 세월호 국정조사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통한 수사마저도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 될 것을 우려한다.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청와대와 관련 부처에 대해서 엄정한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냐는 것이다. 여당은 법 테두리 내에서 야당과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유가족과 충분히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은 부인키 어렵다. 유가족 측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우리가 인정을 하겠다고 하는 입장도 아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고 합의안부터 수용하라는 여당 측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 역시 유가족과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특별법 협상에 처음 나섰던 당시 유가족의 동의 없이 여당과 합의함으로써 큰 비판을 야기했고 합의안도 의원총회에서 추인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유가족 측과의 협의없이 여당과의 합의안을 마련함으로써 거센 반발을 샀다. 야당은 합의안에 반대하는 유가족의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합의안 추인을 유보하고 유가족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여당에 대한 설득에는 소극적인데다가 유가족이 동의할 수 없는 안으로 유가족 설득에 나섰기에 야당의 합의안 추인과 합의안의 본회의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여야와 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인재(人災)의 재발을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 취지에 공감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충분히 수긍하지 못하는 내용으로는 법안의 취지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신과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수도 있다.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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