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박용현 이사(전 두산그룹 회장)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박용현 이사는 제8차 이사회에서 출석이사 10명 중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더이상 총장이 이사장직을 겸하지 않게 됐다. 오연천 전 총장은 서울대 제1대 이사장을 겸임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사장의 임기와 자격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현행 정관과 규정에 따라 이사로서의 잔여 임기로 정해졌고 향후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정관 및 규정 보완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용현 이사장은 1년 6개월간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박용현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교수와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중앙대 이사를 맡고 있다.

대기업 출신 이사가 이사장이 되면서 신임 이사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박용현 이사장이 이사를 맡고 있는 중앙대는 두산그룹이 경영에 개입하면서 학내구성원의 반발과 사회적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사회대 학과를 축소·폐과하고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경영·경제학부의 정원을 늘려 비판받은 바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박용현 이사장이 그의 형인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에 동조해 자본에 의한 중앙대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사장 선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자 성낙인 총장은 지난달 30일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인 이사장이 대학을 구조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법인화법에 의해 이사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돼있다. 이어 그는 “서울대 이사장과 중앙대 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내에서는 신임 이사장이 선출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평의원회 정근식 의장(사회학과)은 “학외이사가 반드시 이사장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임 이사장의 선출을 계기로 그동안 소홀했던 이사회와 평의원회 간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또 김예나 부총학생회장(국어국문학과·10)은 “신임 이사장이 선출된 이후 아직 서울대 운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으므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그는 “서울대는 자유롭게 학문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중앙대와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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