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랜 여정을 마무리한 것 같아 영광이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막중하네요” 산업공학과 83학번으로 입학, 올해 박사 학위를 받는 황영헌씨는 졸업의 기쁨을 담담하게 밝힌다.

 

황씨는 현재 벤처기업 ‘젠터닷컴’의 사장이며,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모자란 부분이 많아 부끄럽다”며 “지도교수님과 가족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히 아내의 내조가 컸다”며 “아내가 나를 돕느라 항상 컴퓨터 작업을 해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국방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시작한 박사과정을 97년 중단하고 지식정보기술 컨설턴트로 2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여태껏 해놓은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동안 했던 공부를 마무리짓고 싶었다”는 황씨는 결국 학교로 돌아왔다. “내가 몰랐던 인터넷 등을 후배들이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에 충격을 받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그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느끼고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1999년, 젠터닷컴을 창업했다. 젠터닷컴은 양방향 TV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포털 사이트이다. 그의 박사논문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의 양방향 TV 서비스 시스템 구축에 대한 연구」 역시 그의 사업과 연관돼 있어 학문적 성과를 실무로 연결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인다. 황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현 사업에 주력해 TV와 주변기기, TV와 인터넷의 통합을 구현하고 싶다”며 식지 않는 열의를 보여줬다.

 

 

물론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황영헌씨는 “집에 가면 세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있고, 회사는 회사대로 바빠 따로 논문 쓸 시간이 없었다”며 “밤을 새운 후 세수도 제대로 못한 채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에는 가족들만 휴가를 떠나고, 황씨 혼자 집에서 4박 5일 동안 곰국을 먹으면서 논문을 마무리했다. “곰국은 솔직히 좀 질린다”고 웃음짓는 그는 “논문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하던 아이들과의 축구를 미뤄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황영헌씨는 사회생활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학교에 있을 때부터 진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 “기초과정에 충실할 것, 원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능력,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꼽았다. 또 “스스로 발표할 기회를 많이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배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대생의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니라 세계라는 것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리더가 돼야 한다”며 “나 역시 아직 도약의 단계에 있을 뿐인데 이런 말을 하게 돼 쑥스럽다”는 겸손의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황영헌씨에게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인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