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전 세계 평균관중 수 1위를 수년째 지키고 있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장을 찾았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인구 60만의 도시 도르트문트에서는 주말마다 8만 명에 가까운 팬들이 노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찾는다. 이 날은 방문팀인 바이어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선발출전 할 것으로 보여 한국에서도 기대가 컸다.


숙소인 쾰른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도르트문트는 도시 전체가 이미 경기장이었다. ‘꿀벌군단’(도르트문트의 유니폼 색깔인 노랑과 검정을 빗대서 이르는 애칭)은 응원가를 부르며 ‘윙윙거리고’ 있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는 오늘의 대진표가 나오자 도르트문트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레버쿠젠 팬과의 기싸움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팬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을 향해 사방에서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팬들은 노란 쓰나미같았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자 감탄은 더욱 커졌다. 방문팀을 위한 좌석 일부를 제외한 경기장의 모든 좌석이 노란색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이들에겐 유니폼은 응원의 기본이었다.

▲ 매주 8만 관중이 꽉 들어차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K리그도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이윽고 시작된 경기는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단시간애 득점하며 앞서 나갔다. 전반 7초만에 칼림 벨라라비가 선제골을 넣은 것이다. 개막전 응원을 위해 모인 8만에 가까운 도르트문트 팬들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으나 다시 도르트문트를 위해 열렬히 응원했다. 수많은 응원기와 관중이 내뿜는 에너지를 보며 ‘이런 조건이라면 어느 팀이든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료 직전 2:0의 점수에도 대부분의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지든 이기든 한결같은 성원을 보여주는 팬과 구단 간의 ‘의리’는 이 날 내가 본 도르트문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찾은 구단용품 매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그 곳엔 구단의 유니폼을 비롯해 각종 응원도구와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뜨내기인 기자조차도 사고 싶게 만드는 상품들은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열차에서도 도르트문트의 팬들과 함께였다. 그들은 졌지만 도르트문트의 응원가를 부르며 즐겁게 집으로 향했다. 찡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구단. 구단의 경기에 기꺼이 주말을 내어주는 시민들. 그들의 행복한 주말이 한국에서도 펼쳐질 날이 오길 바라며 쾰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