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갑수 교수
서양사학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정식 출범한 것이 정확하게 2011년 12월 28일의 일이니, 서울대가 법인화된 지 2년 반이 조금 넘었다. 법인화가 야기한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의 변모는 애초 예상한 우려를 명증하게 입증한다.

법인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말하며, 국가의 영조물로서 사단적 성격을 지녔던 서울대가 특수법인이 되면서 재단적 성격을 강화하여 민영화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법인화의 효과가 충분하게 나타나려면 정부가 서울대에 대한 재정책임을 면탈하여 서울대가 재정상의 ‘독립’을 실현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 이런 사태는 불원간 닥칠 터인데, 이렇게 되면 교원의 계약연봉제가 정년보장제를 대체하고 이사회가 맹활약하며 재계인사들로 충원되고 수익사업이 맹위를 떨치는 일이 펼쳐질 것이다. 그 결과는 기업형 연구대학의 등장이요,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의 완성이다.

이런 사태는 아직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대가 국립대학 법인화의 시범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이사회의 존재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학술림의 확보 등 이사회 역할에의 요구가 없지 않아 경우에 따라 직무유기의 혐의를 받을 소지도 없지 않았으나, 총장이 이사장을 겸했기에 책임을 물을 계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돌연 이사회가 기동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총장추천위원회의 규정을 만드는 데 보였던 지지부진함에 견주어 새 총장과 임시이사장 그리고 새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은 단연 돋보였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까? 아니면 전 이사장인 오연천 전 총장의 활약상 탓인가?

이사회의 능동성은 비난받기는커녕 새 총장 선출의 기한을 잘 지켰으니 상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총추위의 규정 제정에 그렇게 깐깐함을 보였던 이사회가 대학구성원의 바람을 반영한 후보자들의 추천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 총장을 선임한 것은 대학지배구조의 현실을 과시한 것이되, 대학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야말로 무지몽매한 소치였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위 후보자를 선임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기본원칙이다. 따라서 이사회에게는 최소한 달리 결정한 까닭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대학평의원회나 교수협의회의 요구에 이제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 게다가 새 이사장으로 재벌가의 인사를, 그것도 문제 사학과 관련이 있는 인사를 선임했다. ‘서울대법인화법’ 역시 제정 목적의 하나로서 ‘대학의 자율성 제고’를 천명함에도 말이다. 이사회는 자신을 대학과 동일시하는가? 그렇다면 이는 대학을 재단 내지 기업으로 보는 것이며,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일각에서 ‘서울대 교직원’ 대신에 ‘서울대 임직원’이라는 자조적인 집단호칭이 나돌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어 서울대 법인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던 2008년 이후 법인화 논의에서 당시 이장무 총장을 위시로 하는 추진측은 언제나 자율의 확보 및 재정의 확충을 법인화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09년에 서울대법인화법의 초안들이 만들어지면서는 오직 후자만을 초들었다. 접하게 된 실물 어디에도 대학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대법인화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대학본부는 법의 제정 취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니까 법인화 과정은 대학 이념의 실종과정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대학은 국가 및 기업과 함께 근대세계의 3대 주축기구이다. 자신의 형상대로 세계를 빚어낼 능력을 가진 드문 주체들이다. 참으로 강조하건대, 대학은 국가와 기업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또 그들의 지원도 받아야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설립 근거를 갖는다. 대학은 사회의 성찰 능력의 주요한 담지체이며, 이를 통해 미연의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구실도 한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대학의 존재이유를 망각한다면 곧 스스로가 성찰 및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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