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민영화, LG가 인수하기로”라는 제목의 『대학신문』 기사를 기억하는가. 이 기사에는 서울대를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익을 이 기업에서 대주기로 양자 간의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되어 있다. 해당 기업체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등록금은 2배 인상하고 직원은 감원하되 교수들에게는 부장급 대우를 약속했다고 한다. 또한 경영대와 공대, 의대를 집중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였다. 이 기사는 약 십 여 년 전인 2002년 4월 1일 자 『대학신문』 만우절 판에 실린 가상기사였다. 당시는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던 시점으로 우려 반 장난 반으로 쓴 것이었겠지만, 서울대가 법인화 되고 한 대기업의 전직 회장이 이사장을 맡게 된 지금, 장난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 듯하다.

그런데 이 기사의 예지력은 이번에 서울대 이사장이 된 박용현 두산그룹 전 회장이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중앙대의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중앙대는 두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 덕분에 대학 서열체계에서 이전보다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이 보기에 시민센터에서 들어도 무방한 것으로 간주된 교양과정은 차근차근 정리되어 나갔다. 만우절 판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경영대를 키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교생의 경영대생화를 도모해 <회계와 사회>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교수들의 ‘철밥통’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교수들 사이에도 등급제가 도입됐고계속해서 낮은 등급을 받는 교수에게는 안식년 금지와 연봉 동결, 정직 등의 철퇴가 내려질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만우절 판의 빈곤한 상상력을 질타하듯 두산의 중앙대 개혁은 보다 거침이 없었다. 개혁에 반발하는 이들에게는 퇴학이나 무기정학 등의 징계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청구의 위엄을 경험하게 했다. 현실 정치의 냉정함을 가르치는 것도 그들의 교육 방침이었다. 재단과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폐간되었다. 내 편과 네 편을 효율적으로 가르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순응하는 학생에게는 각종 특혜를, 순응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기업의 직원을 동원해 사찰이 내려졌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인재철학을 내세우고 있는 기업인만큼 학교를 기업형 인재 양성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서울대는 만우절 판에서 보도한 것이나 중앙대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체에 의해 직접 인수된 것은 아닌 만큼,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 논리가 대학에도 통한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서울대만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금물이다. 법인화 반대투쟁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이 비상총회를 열든 정문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든 단식을 하든 학교 측 방침은 굳건하리니, 우리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라. 그러면 거짓말 같은 현실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대학은 기업의 미래고, 기업은 대학의 미래다.

안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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